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을 배우는 아이

오늘 그녀는 분홍색 가방에 나뭇가지를 담아 왔습니다. 어제는 붉게 물든 나뭇잎. 지난주엔 도토리였죠. 가방 정리를 하며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저의 물음은 허공에 날려버린 채 장난감 서랍장을 뒤지는 그녀. 대답 없는 그녀를 뒤로하고 저는 급하게 날적이를 뒤적입니다. 

옷을 사러 가서 이쁜 분홍색 레이스 원피스를 권하는 직원에게 “저희 아이가 매일 산을 타서요.”라며 머쓱한 표정으로 무채색 계열의 레깅스를 고르고 어제 새로 사서 입혀 보낸 오천 원짜리 바지가 나무에 걸려 팬티가 훤히 보이게 구멍이 난 사진을 담임선생님께 문자로 받고는 큭큭 대며 온 동네방네 보여주고 다니는 철없는 저는 공동육아 2년 차 엄마 벚꽃입니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나무가 우거지고, 가을에는 곡식이 여물며, 겨울은 만물이 쉼을 얻는 너무도 당연한 자연의 흐름을 경험하는 것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현대에 살면서 우리는 아이에게 사계절을 선물하듯이 보여주며 살아가고 있지요. 그저 숨만 쉬어도 느낄 수 있던 자연이 선택된 시대에 터전을 보내는 우리는 자연을 선택한 아마들이겠죠. 

비록 저는 세상의 틀대로 그렇게 줄 서듯 자라왔지만(지금도 각 잡고 치수 재는 거 좋아합니다만) 내 아이는 원하는 대로 행복하게 자유롭게 살아줬으면 하는 마음, 저보다 더 풍요로운 마음과 틀이 없는 시각을 가졌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저를 터전으로 이끌었습니다. 

아이를 터전에 보내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늘 밖에서 숨차게 놀아야 하니 오늘 날씨가 어떤지, 일교차가 큰지 작은지, 미세먼지가 얼마나 있는지 잘 살펴보게 되었지요. 독수리는 직업정신(!)을 발휘하여 아침에 구름 사진을 보며 구름의 경로를 파악하는 일도 하지요. 이름하야 '우리 집 기상청' 그렇게 온 가족 모두 계절의 표정에 민감하게 살고 있답니다. 

진달래를 볼 때면 터전에서 만들었던 진달래 화전을 얘기하는 소은이. 함께했던 산책길에서 만난 단풍나무를 가리키며 "이건 단풍나무야~" 라고 아는 체 하길래 “우와~ 어떻게 알았어?” 라고 물으니 즐거워하며 “잎이 이렇게(손을 펴며) 아기 손처럼 생겼어~” 라고 답하며 잎의 색깔 변화까지 알려주던 소은이. 아침에 목수건을 둘러주며 “이제 겨울이야~ 추우니까 이거 하고 가자.” 얘기하니 “겨울? 아직 눈 안 왔는데~” 라고 자신이 아는 겨울의 존재를 알려주는 아이를 보며, 계절을 알고 느낄 수 있는 아이로 성장시키는 터전의 힘을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소은이를 위해 기도할 때면 ‘몸과 마음이 바르고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 기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또한 잘 알고 있지요. 우연히 이 터전을 알고, 오게 되었지만, 사실은 늘 해오던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히 살고 있습니다. 

봄 하늘의 포근한 하늘색과 가을 하늘의 시린 하늘색의 다름을 아는 아이. 

시끄러운 세상 속, 스치듯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을 반가워하는 아이. 

비 온 뒤, 땅의 냄새를 느낄 줄 아는 아이. 

나뭇잎의 앞면과 뒷면의 결이 다름을 아는 살아있는 손끝을 가진 아이.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생명을 가진 것에 감사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기도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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