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높은 하늘의 가을이 지나고, 겨울도 점점 깊어갑니다. 12월도 어느덧 중순이 되어가고,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다들 연말연시 분위기에 들떠 있을 때 두근두근 가슴을 조리는 사람들이 여럿 있습니다. 사회나 언론에 드러날 때도 있지만 보통은 드러나지 않은 아픔은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 그 중에도 계약직 노동자들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말은 법적인 용어는 아니고, 정규직 노동자의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정년이 정해진 정규직과 상대해서 기간이 정해져있다고 해서 기간제(계약직) 노동자, 풀타임 노동자에 비해서 짧게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 직접고용 노동자와 다른 간접고용 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를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부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 기간제 노동자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2007년 이전의 근로기준법에서는 “제23조 (계약기간)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과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사업장에서는 1년씩 반복해서 수년 동안 갱신계약을 했다가 계약기간이 끝났다고 계약기간 종료로 쫓겨나가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기간제 노동자의 문제가 IMF 이후 계속 제기되면서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수 차례 반복 갱신되어 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한 경우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본다’, ‘계약갱신의 기대권이 있는 경우, 계약갱신 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정과 판례가 쌓여갔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든다고 난리였고, 노동계에서는 ‘상시, 지속적인 업무(사유제한)의 경우는 계약직을 사용할 수 없도록 주장’했으나 노동부와 국회에서는 ‘2년(기간제한)을 초과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로 본다’는 것으로 결정해서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법(이하 ‘기간제법’이라 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기간제법은 2006년 12월 21일 국회에서 제정됐고, 2007년 7월 1일 시행되는데, 노동자 숫자에 따라서 적용범위를 넓혀가서 2009년 7월 1일 부터는 전면 적용되게 되었습니다. 

비정규직 보호법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기간제법은 기간제 노동자를 줄였고, 기간제 노동자를 보호했던가? 저는 지난 10년의 모습, 제가 겪었던 사건, 상담들을 보면 회의적인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2007년 초 공인노무사가 되고, 첫 번째로 맡은 사건이 바로 이 기간제 노동자 사건이었습니다. 아직 법시행시기가 되지 않았기에 이전의 판례 논리로 주장을 해야 할 사항이었습니다. 세계굴지의 석유회사인 이 회사는 파견직으로 2년 그 분을 고용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기간제로 2년을 고용했고, 2년이 끝나면서 해고를 한 것입니다.

지노위에서는 기간제로 한차례의 갱신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부당해고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상시적인 업무이고, 갱신기대권이 있었기 때문에 합리적 이유없는 갱신거절은 부당하다고 판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행정소송에서는 최종적으로 인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의 어려운 부분도 있었겠지만 기간제법이 시행된 이후에 ‘갱신기대권’ 과 관련한 부분이 논거를 처음에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2009년 7월 1일은 2007년 7월 1일 기간제법 시행이후 2년이 되는 때였습니다. 처음 노동계가 주장했을 때처럼 곳곳에서 2년까지만 고용하고, 계약기간 만료로 더 이상 고용하지 않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의 사업장에서 수 십 명의 노동자를 이렇게 계약거절을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모든 법적인 요건들을 맞춘 경우는 정당한 해고로 인정이 됐지만, 2년에서 하루나 이틀 더 일을 한 경우는 기간제법에 의해서 이미 정규직이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정을 받았습니다. 기간제법 시행이전의 ‘갱신기대권’에 대해서 주장을 한 바도 있지만 그 때는 ‘기간제법’이 제정됐으니 ‘갱신기대권’은 인정할 수 없다는 논지로 노동위원회에서 판정을 했습니다. 저는 기간제법이 제대로 된 기간제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본격적인 시행일 때인 그 때 직접 알게 됐습니다. 

최근 고양시 도서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상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기간제로 10개월을 일을 하고,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로 일을 하고, 다시 기간제로 10개월을 일을 하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고 합니다. 자원봉사를 하면 그 시간에 따라서 가산점이 부여되기 때문에 자원봉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며, 그 기간에는 20만원이 조금 안되는 보조비를 받았다고 합니다.

개별 노동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은 4년 정도 긴 경우는 10년이 넘게 도서관에서 일(기간제, 자원봉사)을 했습니다. 고양시는 기간제법에 대한 편법으로, 24개월이상 기간제 노동자로 고용하면 안된다는 내부 규정을 만들어서 운용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서 그 발표가 있었던 날인 2017. 7. 20. 재직 중인 사람에 대해서만 정규직화를 한다는 불공정한 기준으로 심사를 해서, 100여명이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됐고, 11월 중순부터 지금껏 대책위를 구성해서 불공정한 정규직전환 기준에 대해서 이슈화를 하고 있습니다. 

연말 마다 되풀이되는 ‘내가 계속 회사를 다니게 될 것인지’ 하는 이러한 아픔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기간제한의 기간제법은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시, 지속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으로 법이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고양시 도서관과 같이 편법으로 정규직화를 하려는 기간제법의 취지를 왜곡하는 조치들에 대해서 조사하고,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노동자들이 고용승계, 고용갱신 걱정없이 연말을 따뜻하게, 연초를 즐겁게 맞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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