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수요일 은평구청 앞마당에서 이른 듯 보이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2018지방선거 5만목소리 은평축제단’의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이다. 내년 지방선거일이 6월 13일이므로 200일 한참 전이다. 달로는 약 6개월이다.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한 지역차원의 구체적인 활동으로는 아마 전국에서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은평지역의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사회복지 영역을 아우르는 30개 이상의 네트워크와 단체가 참여하는 ‘은평축제단’은 무엇을 위해 어떤 이유로 이렇게 이른 출범식을 가졌을까? 다음은 출범 선언문의 주요내용이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와 주민자치의 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그간의 현실은 주민 없는 지방선거, 정치인이 주도하는 정치선거로 치러져왔다. 심지어 지방의회와 지방자치 무용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는 정치 불신, 정치인 불신을 낳아 한국 정치의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역주민 일상의 삶이 많은 부분 지방정치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주지하면서, 2018년 지방선거를 지방자치의 본의를 살리고 주민들의 정치축제로 만들고자 〈2018지방선거 5만목소리 축제단〉을 결성하였다.”

선거를 보통 ‘민주주의의 꽃’이니 ‘참여의 축제’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선거가 축제인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실감 해 본적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생동감 넘치는 참여의 현장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없-었-다! 

선거철만 되면 들었던 또 하나의 생각. 머슴과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자처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내세우던 각종 약속과 정책은 과연 우리의 목소리였던가? 아니었다. 머슴과 심부름꾼이라면 주인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제대로 반영해 정책을 만들어야 할 텐데, 정책을 만들기 위해 삶의 현장에서 목소리를 듣고 또 듣고 모으고 또 모아 정책을 만들었다는 머슴의 이야기를 과문해서 그런지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이유로 정책과 약속은 헛발질하기 일쑤였고 공수표가 되어 버렸다. 정치가 삶으로부터 멀어지는 이유였고 정치의 효용성을 실감할 수 없는 원인이었다. 그러니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은 말할 것도 없고 축제일 수가 없었다.     

 현실이 그렇다고 이번에도 그래야 하나? 그럴 수 없다고 그러지 않겠다고 ‘은평축제단’은 선언문에서 다짐하고 결의하고 있다. ‘은평축제단’은 은평 주민 5만 명을 만나 오만가지 꿈, 5만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한다. 5만 목소리를 모으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지방정치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는 것이라고 선언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주민이 주체가 되는 정치축제로 만들겠다고 지역사회에 천명하였다. ‘은평축제단’의 다짐과 결의가 반드시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지방선거가 주민이 주체가 되는 민주주의 축제가 되길 진정으로 바란다. 

5만 명이면 은평구민의 10분의 1이다. 5만은 오만가지로 표현되듯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목표이면서 많은 목소리를 모아내겠다는 상징의 표현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추진되었던 정책제안운동이 절반의 성공에 그쳤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이번에는 보다 많은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지방선거 정책제안 운동이 되었으면 한다.        

 마을 곳곳에서 펼쳐질 소곤소곤 도란도란 웅성웅성 목소리들이 모여 만들 선거 축제가 기대된다. 앞으로 수개월 동안 동네 곳곳에서 주민들이 지방선거를 매개로 우리 삶터의 현재와 미래를 논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벌써 들뜬다. 2016년 겨울광장을 따뜻하게 수놓았던 촛불민주주의는 은평에서 삶터민주주의라는 새로운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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