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시민신문 13주년을 축하합니다

 ‘시민’이라는 말보다 ‘국민’이라는 말이 더 익숙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시민보다는 국민이라는 말에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시민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쓰여 있으니까요. 국가의 구성원을 뜻하는 국민이라는 말의 주체는 개인이 아닌, 국가입니다. 반면 시민은 개개인으로부터 출발한 다양한 권리의 수평적 결합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잘못으로 침몰해 가고 있는 대한민국을 구한 건, 촛불국민이 아니라, 촛불시민입니다. 창간 13돌을 맞는 은평‘시민’신문은 이미 13년 전에 오늘의 대한민국을 예견했던 것은 아닐까요?

우리나라는 참 많은 것들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국가의 권한과 예산도 자치단체보다는 중앙에 집중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지역을 지키는 작은 중소기업보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기업만을 최고로 생각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시민주권의 시대에 언론 또한 지역이 아닌 중앙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새정부의 성장동력으로 자치분권을 강력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자치분권은 다양한 지역이 국가의 획일적 결정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문제는 지역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 간의 이해와 신뢰가 더욱 확대되어야 합니다. 그 일은 오직 건강한 지역신문만이 할 수 있습니다. 자치분권의 시대, 지역신문의 역할과 위상이 더욱 부각될 것입니다. 

땅을 팔 때 넓게 파야 깊게 파들어 갈 수 있듯, 은평시민신문이 은평이라는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먼저 넓게 뿌리를 뻗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창간 13주년을 맞이하는 은평시민신문이 그 강건한 뿌리로 은평을 더욱 넓고, 깊게 휘감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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