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시민신문 창간13주년 기념사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니까 우리는 보통 네 번의 환절기를 맞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간다고 생각할수록 보통의 환절기는 그저 무덤덤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바로 지금 이 계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요즈음은 심한 몸살 같은걸 앓곤 하지요. 마치 다른 계절의 변화를 인색하게 평가했던 죄를 한꺼번에 뒤집어쓰는 것처럼. 가능하다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을이 내게 남아주기를 바라지만 벌써 첫눈을 맞아버렸습니다. 

은평시민신문의 창간일은 10월18일입니다. 매년 창간호를 준비할 때면 돌아오는 환절기를 열 세 번이나 맞이합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13년이나 함께 해주신 인연이 깊어 건강한 시민사회와 바른 나라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소통의 다리를 차곡차곡 쌓아 올렸습니다. 비록 대로(大路)는 아니나 서로 웃고 격려하며 상반(相伴)의 마음을 유지 한다면 널찍한 길을 뛰듯이 걸을 날도 머지않을 겁니다. 

환절기를 넘어서면 우리를 기다리는 계절은 겨울. 견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다가오는 겨울도 그리 큰 걱정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늘 함께 견뎌주신 조합원과 구독자 은평 시민이 있기 때문 입니다. 다만 겨울 지나 봄으로 가는 여정에서 훈풍 맞고 상큼하게 돋아나는 봄동을 더 많이 꿈꾸고 싶습니다.

그러나 환절기에는 견딘다는 말로만은 표현할 수 없는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합니다. 몸살을 앓으면서 내성이 생기고 또 다른 사회변화에 항체가 생성됩니다. 우리 신문의 울긋불긋한 기사를 통하여 은평에 사는 많은 이웃들과 시민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고 든든히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 되는 거지요! 함께 만들어서 힘이 나고 함께 부대껴서 행복한 시간의 갈피를 만들어 가는 것이리라 여깁니다. 

아주 오래된 말이지만 정론직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올바른 뜻을 올곧게 써야한다는 말이지요. 언론이 이해에 굴하지 않고 정론을 펴며 옳은 글을 써야 이 사회에 생명수가 될 수 있지요. 제13주년 창간을 맞으며 저를 비롯하여 편집국과 편집위원회, 이사진 등 관계자들의 새로운 각오입니다. 그리하여 열세 번째 환절기를 슬기롭게 맞이하여 이 시간을 일신우일신하겠습니다.

조합원 1000명. 상근기자 5명. 부족하지 않은 광고. 정론으로 차고 넘치는 기사. 생각만 해도 부풀어 오르는 봄날에 대한 상상이 좋습니다. 이 겨울을 건너가면 꼭 그런 날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함께 상상하는 당신이 있어 고마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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