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해가 저무는 시간6

/ 홍시

아버지가 근무하시는 아파트에 홍시가 제법 열렸나보다.
주민들 손이 안 닿는 가지에 주렁주렁 남겨진 홍시를
얼마나 귀하고 신나게 따셨을지.
인심 쓰기 좋아하시는 아버지 성격에,
그 아파트 여기저기 노나주셨을 생각하면 괜히 즐겁다.
아파트 노인정에도 노나 드시라 한 상자 드렸는데,
그걸 노인회장이 자기 집에 가져갔단다. 거참.

부모님 집에도 한 상자 그득한 홍시.
엄마는 자식 서울 가는 길에 깨지지 말라 고이 싸주신다.
"뭘 그렇게 많이 싸나,"
엄마의 수고가 미안한 내 말은 퉁하니 나간다.
고이 싸주신 홍시가 하나둘 완숙이 되어
아침마다 빼먹는 맛이 참 달다.

아침에 전화로 주말에 뭐하냐
내일 집회하는데 가지 말아라
물총 맞고 그런데 가지 말아라.
"거 알아서 할게요."
홍시를 건네준 마음도
집회를 말리는 마음도
썩 좋게 대꾸하지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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