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만원 모금운동으로 내년 3월 건립목표로 추진 중 
-주민들의 충분한 공감 없는 추진위 출범은 문제

곽수현 임시의장이 은평 평화의 소녀상 사업제안서를 설명하고 있다.

은평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발대식이 지난 24일 서울혁신파크 미래청에서 열렸다. 시의원, 구의원, 지역 내 종교계 인사, 지역주민 등 100여명이 참여한 발대식에서는 추진위원회의 사업제안서 설명과 은평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정관(안), 공동대표 선출 등 여섯 가지 안건을 검토하고 의결했다.

이날 선출된 공동대표는 응암동 성당 남학현 신부, 열린선원 법현 스님, 서문교회 손달익 목사, 협동조합 청청 곽수현 이사장, 상명대 이해람 학생, 예일여고 임정아 학생, 꿈꾸는 다락방 김안규 학생이다. 

추진위는 2018년 3월 1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개최하고 이에 필요한 경비 8천만원을 모금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필요 경비에는 평화비 건립에 4천2백만원, 사무실유지비 1천2백만원 등이 포함됐으며 건립부지는 역촌오거리 평화의 공원과 연신내 물빛공원 등이 제시됐다. 

앞으로 추진위는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 및 문화행사 개최와 거리 홍보 캠페인, 누리소통망 홍보 등을 할 예정이다. 또한 위안부 영화제, 불광천 걷기 대회, 바자회 및 일일호프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사업제안서에서 미래 세대의 올바르고 정의로운 역사 교육의 장 마련, 인권의식과 생명가치 존중으로 평화로운 지역사회 건설, 반전 평화의식 고취로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사업 취지와 목적을 밝혔다.

사업제안서 및 정관 검토 부족
소녀상 건립엔 지역주민 고찰 담겨야

은평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6월 22일부터 9월 28일까지 총 11차례 준비모임을 했다.

 

하지만 추진위의 이런 움직임대로 은평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은평에 왜 소녀상이 만들어져야하는지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노력보다는 추진위를 발족시키고 빠듯한 일정에 맞춰 소녀상을 세우겠다는 계획이 무리 없이 진행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 날 발대식에 참석한 주민 박 모씨는 “정관에 나타나 있는 공동대표단은 누구를 말하며, 이날 안건을 통과시킨 참석자들은 어떤 단위에서 어떻게 참여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아무리 취지가 좋은 사업이어도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진행되는 사업은 지지하기 어렵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발대식은 사업제안서와 정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보다는 형식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쳤다. 이날 임시의장을 맡은 곽수현 협동조합 청청 대표는 “30분 이내에 사업제안서와 정관(안) 등 안건을 검토하자”고 말하면서 하나하나의 안건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은평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날짜를 내년 3월 1일을 목표로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발대식을 기점으로 약 4개월 만에 소녀상을 만들자는 것인데 사실상 지역주민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숙의를 하기엔 역부족인 시간이다. 소녀상은 4개월 이내에 납품해야 하는 물건이 아니기에 건립까지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소녀상 추진위를 구성하는 공동대표단, 자문위원단, 고문단 등에 대한 설명은 전무했다. 특히 발대식에서는 공동상임대표단 7인을 선출하는 등 여섯 가지 안건이 있었지만 어떤 단위가 이 날 발대식에서 의결권을 갖고 안건을 통과시켰는지 불명확했다.

또한 추진위가 출범하기 까지 준비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제대로 된 경과보고도 없이 지난 6월부터 10차례에 걸쳐 국회의원 사무실 등에서 준비모임을 진행했다는 것만 밝히고 있는 수준이다. 논의과정과 절차가 생략된 채 출범식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다. 

소녀상이 단순히 여러 지역에 만들어지며 반복적으로 역사를 소비하는 소녀상이 아니라 은평 지역 주민들의 고찰이 충분히 담긴 평화의 소녀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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