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중심 되는 학교, 교사들이 토론하는 학교, 안전한 충암을 만들겠다

지난 8월 충암학원 임시이사 출범 이후 이사회는 상명대 박거용 교수를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박 이사장은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소장, 민교협 공동의장, 사학분쟁조정위원 등을 맡아 오랫동안 사립학교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이사회 출범 이후 충암학원에는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지 앞으로 어떤 학교정상화 계획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 이사장은 학생이 행복한 학교,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학교,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 나가는데 역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지난 16일 상명대 박거용 교수연구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오랜 비리사학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은 충암이사장에 선임되셨는데 소감을 한 말씀 부탁드린다.

처음에는 ‘내가 꼭 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좀 들었는데 그동안 교육운동 쪽에 오래있었고 특히 사학분쟁조정위원을 하고 사학을 개선해보려고 노력한 게 있어서 이사장을 맡게 되었고 이젠 임시이사로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해서 또 교직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학교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시작했다.

충암학원이 학교시설이 열악한 걸로 유명한데 직접 학교를 방문해 본 소감은 어땠는지? 

곽노현 교육감 때 서울시교육청에서 사립학교를 긍정적인 의미에서 살리고 육성하기 위한 소위원회를 맡았는데 그 때 충암얘기가 나왔다. 학교안전진단을 받았는데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는 거다. 학생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이 학교에 어느 정도까지 투자를 해서 제대로 된 안전한 학교를 만들 건지 이야기를 나눴다. 안전성을 따졌을 땐 한두 개 건드려서 되는 게 아니니까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서 그 때 결론을 못 내렸다. 

90년대에는 충암고가 총 60학급, 한 학년에 20학급이 되었는데 지금은 그 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학생이 줄었고 학교건물은 오래되고 낡았다, 석면천장도 문제고, 복도의 창틀도 위험하다. 화장실이 그렇게 부족했는데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최근 급식문제에 학생들 밥 먹을 식당도 없고 참 어렵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그동안 교육부에서 이사승인취소 된 이후 집행되지 않은 돈도 있고 목적에 맞게 집행하고 무엇보다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또 그건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충암임시이사가 출발한 지 두 달여가 되었다. 충암학원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아직 변화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우선 충암고 교장선생님을 외부에서 모셔온 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교장은 현재 충암에 있는 분들이 맡았는데 충암고 교장선생님은 외부에서 모시고 와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교사들의 전문성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이 잡힐 거라고 본다. 이전에는 이사회가 너무 많은 권한을 가져서 교사들의 자율성도 별로 인정되지 않았고 전문성도 부실했는데, 그런 차원에서 바꿔나가는 틀을 잡아가고 있다. 

충암고 교장선생님은 어떤 분이고 교장 선임과정에서 기준으로 삼은 건 무엇인지? 

목포 문태중학교에서 교장을 역임한 이경석 선생님이다. 교장으로서의 경험도 있고 다른 학교 이사로서의 경험, 평교사로서의 경험 등이 어우러져 충암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교장선임과정에서 기준으로 생각했던 건 무엇보다 교사들과 협력하면서 교사들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사람,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학교정상화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점과 계획은?

극소수의 사립학교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 정부에서도 사학비리 척결, 민주화에 방점을 찍었다. 교육부발표를 보면 승인취소된 종전이사들이 전에는 5년만 지나면 돌아올 수 있게 했는데 이제는 10년으로 늘리겠다, 비리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못 돌아오게 하는 것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사립학교법을 바꿔야 되는데 법을 바꾸지 않더라도 시행령을 바꾸는 정도에서 가능하다. 사립학교의 민주적인 운영에 방점을 찍고 있기에 임시이사의 역할을 하고 나가면 학교가 좋은 방향으로 갈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것은 학생들을 최고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게 최우선에 두고 두 번째는 교사의 전문성은 살리고 자율성을 키우고 세 번째는 문제가 됐던 급식문제를 바꾸고 네 번째가 돈도 들고 시간도 걸리는 건물 시설 안전성을 높인다, 이 정도로 일단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사립대학의 사립학교문제해결 활동을 해오셨는데 사립대학과 충암재단을 비교한다면 어떤지?

사립초중고하고 대학교하고 차이점이 크지는 않지만 규모의 차이에서 오는 다른 점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초중고는 규모가 좀 작지만 대학은 학생수나 교직원도 많다. 규모가 작은 곳은 이사회가 갖고 있는 장악력이 커서 이를 회복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대학도 마찬가지지만 대학은 이사회가 아무리 권한이 크더라도 학교 안에서는 다른 의견들을 내는 통로들이 있는 데 초중고는 그게 좀 약하기 때문에 이걸 복원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사학문제 해결 등 교육문제 앞장섰는데 그 계기는 무엇인지?

상명대에 와서 보니 학교가 갖고 있는 문제를 알게 되고 문제를 고치려고 하다 보니 바깥하고 연계를 하게 되었다. 민교협에서 일할 때 교육, 교권 쪽의 일을 맡았는데 문제가 있는 학교를 많이 보았고 그런 경험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활동을 했다. 

대학교육연구소에서도 20년 넘게 소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연구소는 대학사립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걸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것의 장애가 되는 것들이 뭔지,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비민주적인 일들을 어떻게 하면 걷어내고 개선할 수 있는지 계속 고민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교육이란 뭐라고 생각하는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자질을 최대한 키워 주고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거다.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도 일방적인 게 아니라 교사는 가르치면서 배우는 거고 학생은 배우면서 어떤 면에서는 교사를 가르친다. 그런 상호관계 속에서 학생의 자질이 100%까지 발휘될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나 생각한다.

충암 내부에서 학교문제를 제기한 게 20년이고 지역에서 함께 한 게 10년이 되었다. 충암정상화에 대한 지역의 기대와 요구도 큰데 은평주민들, 학부모님들께 한 말씀 전한다면?

외향만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학생을 중심에 두면서 교사들 간에 토론이 활성화되는 학교. 그렇게 되다보면 학생들의 교육이 정말 활성화되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학부모님, 지역주민들도 관심을 가져주고 학교에 대해 좋은 의견들이 있으면 제시해주면 좋겠다. 함께 노력하다보면 구성원전부가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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