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주제로 하기엔 역부족

지난 10월 14일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2017 파발제가 개최됐다. 

2017 파발제는 파발재현극, 파발행렬, 동 특색에 맞춰 옷을 입고 나온 16개 동 주민들의 행렬, 은평구 곳곳에서 펼쳐지는 무대공연과 먹거리 부스 운영 등 구를 대표하는 전통문화행사답게 다채롭게 진행됐다. 전통문화행사로는 성공적이었지만 ‘파발, 통일의 빛을 쏘아 올리다’라는 표어 아래 진행된 것에 비해 여전히 통일과 연관성을 짓기 위한 기획은 부족해 아쉬움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파발은 조선시대에 중앙정부와 지방이 수도 밖 군사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던 특수 통신망이다. 봉수가 구름이나 안개 때문에 무용지물이 될 경우를 대비해 임진왜란 말 임금이었던 선조가 대신 한준겸의 상소를 받아들여 만들어졌다. 조선시대 파발망은 은평구를 길목으로 삼아 황해도부터 평안도 등 북부지방으로 뻗어갔다. 구파발이라는 지명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파발제는 1996년부터 시작됐다. 남북통일의 염원으로 닦은 통일로에서 통일의 희소식을 파발처럼 빨리 받아보고 싶다는 의미가 담겼다. 2009년을 끝으로 퍼레이드 없이 문화행사와 주민 걷기행사로 진행돼 왔던 파발제는 지난해 부활을 알리고 구파발 만남의 광장에서부터 은평문화예술회관으로 이어지는 퍼레이드를 다시 시작했다.

개막행사에서는 선조가 파발을 윤허한 역사적 사실을 재연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파발제의 시작을 알리는 타고를 해 축제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곳곳에서 합류하는 16개동 주민들은 모두 동별로 특색 있는 옷을 입고 행렬에 동참했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개막식 축사에서 “은평구 녹번동의 옛지명이 양천리였다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은평구는 한반도의 중심지이며, 통일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지역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가 담긴 파발제는 지켜져야만 하는 우리 구의 대표 축제이자 가치”라며 파발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부활한 파발제와 같이 올해도 여전히 ‘통일’을 주제로 갖기엔 무색해보였다. 난타와 풍물놀이로 구성된 사전행사나 파발 재현극 등은 지역 전통행사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먹거리 부스, 분리수거 캠페인, 119안전체험 교실 등 정도로만 구성된 기타 행사에서는 통일을 주제로 한 부스를 찾을 수 없었다.

은평구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올해는 교통문제로 통일로를 이용하기 어려워 ‘통일로 파발제’라는 이름 대신 ‘2017 파발제’를 사용했다. 또한 통일을 주제로 한 부스 운영에도 한계가 있어 기획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유일하게 통일과 관련한 캠페인을 볼 수 있었던 곳은 몇몇 동 주민들이 준비한 통일 염원 현수막이었다. 그렇지만 이것도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 파발제가 통일을 주제로 한다고 보기엔 역부족이었다. 녹번동에서 준비한 통일 염원 풍선 날리기 퍼포먼스는 환경오염 논란만 만들었을 뿐이다.

파발제가 은평구를 대표하는 브랜드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통일’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만드는데 주력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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