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제목은 “어울림”이다.  

나의 첫 공식적 작품이다.  나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 ! ‘그림을 그리고 싶다.’

2013년 4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리스트는 실천되었다.  운명처럼 시기와 생각이 맞았다.  ‘갑상선 암‘이라는 병과 싸우느라 신체도 정신도 많이 힘들었을 때 꼭 하고 싶었던 그림을 배울 수 있어서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 ’설렘‘이 나에게 힘을 주었고 하루를 즐겁게 해주었다.  봄에 피어나는 꽃들을 그려 보느라 하루가 정말 즐거웠다. 봄꽃, 여름 꽃 그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가을이 되니 단풍이 또 나를 설레게 하였다.

 수술 후 나는 회복하기 위해 매일 운동을 하였는데 내가 선택한 운동은 숲길 걷기였다. 천천히 숲을 걷다보면 마음도 몸도 편안해 졌다. 혼자서 걸을 때 나에게 친구가 되어 준 나무들! 산책길에는 소나무, 서어나무, 참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있었지만 나의 눈에 가장 아름답게 들어 온 나무가 있었다.  바로 ‘팥배나무’이다. 봄에 피는 꽃은 배꽃과 같이 하얗고 가을에 열매는 팥과 같다고 하여 ‘팥배나무’라고 한다.  이 팥배 열매는 겨우내 산새들의 먹이가 된다. 알록달록, 울긋불긋 예쁘게 물든 단풍잎과 빨간색 열매는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해주었고 꼭 그림으로 표현 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 그려 보았지만 예쁘지 않았다.  그러면 다음날 또 가서 오랫동안 바라보고 또 보고 와서 표현해 보았다.  그렇게 여러 번 하여 완성한 그림이기에 더 애틋하다.

 세 가지 물감 ( 빨강, 파랑, 노란)과 물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  수채화 전문 도화지 ‘아르쉬’지에 그렸다.  아니 표현 했다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좀 특별하게 수채화를 배울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탕색을 일일이 칠한 것이 아니고 수채화 전문 도화지에 물과 물감을 흘려 서로 섞이게 한 후 각 나뭇잎들도 그렇게 색을 섞어서 표현했다.  내가 보았던 단풍의 고운 빛을 가장 잘 표현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게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의 첫 전시회 작품이다.  인사동은 아니지만 근사한 갤러리 카페에서의 첫 전시 작품이다. 그날 이후 나는 쉬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1년에 한번 전시도 한다.  올해의 목표는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 출판과 원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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