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라서 다행이에요
인파에 묻혀
나도 어둠이 되어
끈끈하게
당신을 따를래요
아침이 오기 전
조용히
사라질게요

/체코 프라하 카를대교

낯선 땅에서 어둠은 두려움이다. 목적지라도 가까우면 다행이지만 길도 잘 모른다면 더 그렇다. 그런데, 느낌이 다르다. 낮에 보았던 차가운 돌은 불빛을 받아 온화하다. 다리 위 성상들 역시 자애로운 자세다. 불타바강 색깔과 초저녁 어스름 하늘이 오히려 포근하다. 누구라 꼬집을 수 없으나 이승을 먼저 등진 영혼들이 구경을 나온 듯 사람들 목소리가 돌에 반사되어 울린다. 누군가,내 뒤를 따르는 영혼은. 낮에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존재감은. 다 보이지 않아서, 다 볼 수 없어서 낯섦이 주는 두려움 대신 따뜻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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