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왔다. 내가 듣고 싶은 강의를 등록하여 3개월 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강의를 수료하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와중에 한 달에 한번 책모임도 나가며 아이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회의도 참석한다. 부모 교육도 듣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으며 간간히 상담공부도 하고 실습도 한다. 

집안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남편도 내조하는 나는 그냥 주부다. 어느 날 우연히 청소하다 읽기 시작한 5년 전 육아일기장이다 .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일상이 너무 지루하고 의미 없어 울어 본적 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싶은... 나는 이 미치도록 나약함이 슬플까?

시간은 흐르는데 나는 그 자리에 도태되어 있는 거 같고 존재 자체가 미약하게 느껴지는 이 불안감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이제 10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남편을 내조 하면서 꾸준히 집안 청소며 사소한 일들을 처리하며 아침인지 밤이지 모르게 하루를 정신없이 정리하고 또 정리하며 보내는데 왜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느낄까? 

<2012년 10월 나의 일기장 내용 중>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약간의 우울증까지 있어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 나게 슬픈 시기였다 결혼을 하고 출산과 육아로 모든 것이 변화되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당시 사회 경제활동과 멀어지면서 그냥 동네 아줌마가 되는 것이 나는 무엇보다 싫었다. 

아기 띠를 하고 외출 할 때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트러지지 않게 몇 번을 거울을 보며 내 모습을 정리하며 외출하였고 유모차를 밀며 동네 놀이터에 갈 때도 그 흔한 체육복 한번을 입고 나가 본적이 없었다. 같은 또래엄마들과 난 다르다 생각했고, 그렇게 행동하므로 나 자신을 힘들게 구속 했던 거 같다. 나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멋진 워킹 맘 모습을 보여줄 꺼라 생각했다. 

정말 생각만 한 것 같다. 6년이 지난 지금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그냥 주부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내가 존재한다. 내가 만드는 환경에 따라 우리 가족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고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기다려 주고 배려하고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그 속에서 나와 다른 이들과의 만남을 즐기며 여유를 알았다.

만남을 통해 소통하며 다른 이를 인정하고 공감하며 다른 삶에 방식을 배우고 또 나누고 그 안에서 작은 사회를 알아가고 조금씩 나를 새롭게 다듬어가고 있다. 

나는 온전히 즐거운 사람이다 

흥이 많고 감정이 풍부하며 사람을 좋아하고 새로운 만남을 설레는 그런 사람이다. 나를 온전히 알아가고 있다. 결혼 전에 자유로움과 개인주의 성격을 모두 해체하고 가족공동체를 통해 단단하게 재구성 하고 있다. 유명화가 고흐가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보고 저 하늘의 별 수만큼 꿈을 꾸며 살고 싶다. 라고 하는 말처럼 나도 여전히 꿈을 꾸고 우리 아들과 남편이 꿈을 꾸며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나는 가족환경 큐레이터로 재구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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