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문제가 터졌습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다수 생리대에서 생식독성, 발암물질 등이 검출되었는데요. 생리대파동이 있기 전까지 소위 대안생리대를 사용하지 않는 여성들의 대부분은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 십년을 독성이 내 몸에 들어오는 것도 ‘모른 채’ 사용해왔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근 한 달 사이에만 살충제 계란과 발암물질 요가매트도 드러났습니다. 시기를 넓히면 이런 사례들은 지면을 빼곡히 채울 정도로 많을지도 모릅니다.

생리를 곧 앞두고 이 뉴스를 보고 나니 답답함을 넘어서 참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1년에도 몇 차례씩 ‘발암물질/독성 제품’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살 정도로 위험과 맞닿아 살고 있는데, 왜 이 위험을 막지 못하는 걸까. 왜 화학물질 사고는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늘어만 가는 걸까.

며칠 전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눈길을 끄는 프로젝트를 보았습니다. 오랫동안 안전한 사회를 위해 활동해온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김신범 실장의 책을 출판하기 위한 펀딩인데요. 펀딩으로 출판될 책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 미리 소개된 본문 중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화학물질의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 할 참이다. (...) 지금까지는 이 고민을 개인이 아닌 국가가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우리가 해야 국가가 한다고 생각하자. 개인이 아닌 우리. 우리가 해야 국가도 기업도 제 역할을 하는 법이다. 생각보다 우리의 친구는 많다.”

이 글을 읽고 저는 3년전이 떠올랐습니다. 2014년 은평대안의회는 불광천 등 가로수에 뿌려지는 농약의 성분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고 그 결과 꿀벌 폐사의 원인이어서 유럽연합에서는 사용을 금지시킨 농약을 은평구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사용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불광천에서 가로수 농약살포문제에 대해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지요. 2년 후인 2016년. 저는 똑같은 내용을 다시 정보공개청구 해 봤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그 금지성분이 포함된 농약을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은평에서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2014년의 문제제기 덕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명분으로 비밀을 수호하고 국가는 경제를 명분으로 기업의 비밀을 호위해줍니다. 그 비밀은 사람들을 향해 위험을 겨누게 되지요. 사람들이 위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과 국가를 감시해야 합니다. 감시를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기업도, 국가도, 아니 적어도 국가는 제 멋대로는 하기 어렵습니다. 은평 가로수에 금지농약이 뿌려지지 않게 된 것 처럼요. (물론 가로수농약 결과는 저만의 추측이지만요.) 감시자가 더 늘어나야 합니다. 그들이 감추고 있는 정보들을 더 많이 받아내야 합니다. 그럼 위험은 더 줄어들게 될테니까요. 

안전한 삶을 위해 함께 감시자가 되어주지 않으시겠어요? 우리에게는 감시의 가장 쉬운 도구인 정보공개청구도 있잖아요. 앞서 언급한 책의 구절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이 아니면 누가 화학물질의 감시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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