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만큼은 되게 기다려진다. 

나는 여름에 약하다. 집 냉장고에 먹을 것도 없어서 내내 더위만 먹었다.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휠체어를 타고 빨리 달리면 좀 시원하지 않느냐고. 그럼 나는 속으로 '타볼래?'라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스케줄이 많은 날이면 휠체어 타고 다닌 내 허리를 누가 발로 밟아주면 좋겠다. 단, 엉덩이는 별로다. 질벅질벅해서 기분이 좋지 않다.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도착하고 나면 입에선 단내도 난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인도로 다니다 사람들과 충돌하면 내가 가해자가 된다. 그러면 바닥상태를 원망하게 된다. 차도는 마음 놓고, 달릴 수 있지만 조금 위험하고 그늘도 없고 바람도 없다. 게다가 난 빨리 다녀서 긴장을 놓칠 수 없다. 이건 생각에 따라, 차이가 있다. 사람들은 위험성이 있으면 천천히 가면 되지 왜 굳이 빨리 가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도로 위 운전자들, 특히  택시 운전자는 날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속도를 내야만 각종 상황에 나도 대처를 할 수 있다. 

뜨거운 햇빛 아래에 바람 없이 단내나게 달려야 하는 짜증나는 여름보다 가을바람이 기다려지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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