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유지에 필요한 콘텐츠 생산 지원정책 필요하다

마을미디어란 말이 등장하기 시작한 지 올해로 6년 차다. 마을미디어란 마을주민이 참여해 만드는 신문, 잡지, 영상, 라디오 등 마을 소식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미디어다. 공중파 방송, 중앙일간지, 포털에는 등장하지 않는 깨알 같은 동네이야기가 담겨있다. 주민들이 기자가 되고 아나운서가 되고 피디가 되어 마을을 기록하고 그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마을의 등장과 함께 부각된 마을미디어는 아쉽게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한 해 한 해 힘들게 이어가고 있다. 정책이 미흡하다보니 예산이나 지원도 부족하고 또 관심 갖는 정치인도 없는 실정이다. 작은 마을미디어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도 그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터이니 누구 하나 관심 갖고 들여다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마을미디어 정책은 작은미디어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중앙뉴스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우리동네에서는 의미있는 이야기들, 동네를 변화시키는 이야기들이 꾸준히 생산되고 유통되고 지속할 수 있게 돕는 정책이다. 

마을미디어에 담긴 이야기가 중앙뉴스에 등장하지 않는 건 미디어 권력이 중앙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앙미디어는 거대한 미디어 힘을 이용해 지역단위, 마을단위 소식들도 휩쓸고 빨아들여버린다. 그렇게 흡수된 마을 소식은 또 다시 거대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유통된다. 행정에서 뿌려지는 많은 보도자료는 제대로 된 확인절차나 가공작업 없이 그대로 베껴지고 또 베껴지며 퍼져 나간다.

반면, 마을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소식들은 크게 파장을 일으키지도 마을주민들에게 알려지지도 못한 채 사장되어 버리기 일쑤다. 아무리 지역의 문제를 꾸준히 취재하고 보도하고 뉴스를 만들어내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도 벽을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당연한 결과다. 

이런 과정의 되풀이는 결국 시민의 목소리를 잠재워버리고 그야말로 힘 있고 권력 있는 자들의 목소리만을 대변하는 기형적인 미디어 환경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미디어의 중요함은 새 정부 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미디어의 건강한 발전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을에서 의미있는 정보를 생산하고 다양한 여론을 만들어가는 작은 마을미디어 지원정책이 꼭 필요하다. 상업성이 낮지만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 시민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 생산을 지원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미디어의 새로운 변화와 출발 지점은 마을과 지역이 돼야 한다. 지역에선 아직 미디어 정책연구도 지원도 전무한 상태다. 자치구는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미디어가 활동하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지역주민과 행정이 건강한 마을미디어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마을이 새로운 민주주의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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