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사람들……”

2년 전 즈음인가요? 우리동네 은평에 있지만 그 속을 쉽게 알 수 없었던 하나고등학교가 각종 비리와 특혜를 뉴스를 통해서 드러나기 시작할 때, 은평사람들은 학교 안 비리를 밖으로 꺼낸 선생님을 응원하러 하나고등학교 앞으로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 기숙학교라 아이들이 드나들지도 않고 선생님들은 대부분 차를 운전해서 교문 안으로 바로 들어갔고요. 그 때 멈춰선 차에서 내린 하나고 선생님 한 분이 피켓을 들고 있는 은평 사람들에게 던진 한마디, 한심한 사람들.

연신내를 넘어 기자촌을 지나가다 만나게 되는 하나고등학교를 볼 때마다 그 때 들었던 한마디 ‘한심한 사람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8천 평 규모에 생활관, 본관, 교과동, 체육관에 생활관과 콘서트홀까지 갖췄다는 하나고등학교. 진관중학교가 3천6백 평, 진관고등학교가 4천2백 평이니 진관중학교랑 진관고등학교를 합쳐놓은 크기가 하나고등학교 크기겠구나 짐작해 봅니다. 학생 수는 또 어떤가요? 학교알리미(http://www.schoolinfo.go.kr)를 통해 확인해보았습니다. 진관중고등학교 학생 수를 합쳐보니 1911명인데 하나고는 623명입니다. 은평뉴타운 내 학교들은 과밀학급 문제로 수시로 학교를 증축하고 아이들은 집 앞 학교를 두고 멀리멀리 원거리통학을 하기도 한다지요.

하나학원은 재주가 좋아 이 8천 평 땅을 조성원가 651억 원의 고작 0.5%를 임대료로 내고 그 기간도 50년으로 정했습니다. 2009년 계약이니 2059년까지 쓸 수 있네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계약을 했으니 하나고등학교에 주는 특혜는 서울시민이 내는 세금으로 채워지겠지요.

하나고는 전국에서 장학금도 제일 많이 받는 학교입니다. 하나고 학생 한 명이 받는 평균 장학금은 65만 4651원이에요. 전국단위자사고 10곳 평균이 23만 9990원이고 일반고 전국평균이 6만 4196원이니 일반고보다 10배를 더 받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특혜 더하기 특혜 학교라고 할 수 있지요.

얼마 전에는 임직원자녀전형을 줄이기로 한 약속을 뒤집으려는 하나재단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는데 결국 작년에 발표한 대로 임직원자녀전형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하나금융이 사회공헌을 하겠다며 학교를 짓고 돈을 내면서 한편으론 임직원자녀를 뽑을 수 있게 만들면 그건 사회공헌이라 하기 어렵겠지요.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을 더 뽑는 게 좋다며 신입생 성적을 조작한 것이 2015년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딱 걸린 하나고. 그 책임자를 파면하라는 시교육청의 요구를 가볍게 ‘견책’ 처분으로 넘겨 버렸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책임자는 당시 하나고 정철화 교감, 지금은 교장선생님입니다. 교육청 요구 따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건 현재 사립학교법이 갖고 있는 한계입니다. 교육청은 징계요구만 가능하고 실제 징계는 재단에서만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 하나, 성매매 현장범으로 잡힌 하나고 선생님은 6월 13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본인 희망에 따라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학교를 떠났다고 합니다. 

2년 전, 은평사람들에게 던진 한 마디 “한심한 사람들”, 이제 그 말을 되돌려 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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