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은평구청에서 공개한 은평구탁구협회의 은평구청장배 탁구대회 지출결의서. 은평구탁구협회는 네트, 펜스, 심판대, 점수판을 포함해 탁구대를 대당 10만원에 대여하여 총 350만원의 지출을 했다고 은평구청에 지출결의서를 작성해 제출했다.(아래) <은평시민신문>이 지난 8월 9일 동일업체로부터 받은 견적서. 이 견적서에는 탁구대를 2만원에 대여할 수 있었으며 네트, 펜스, 점수판, 심판대는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었다.

협회장 선출에서 부정선거로 논란을 빚은 은평구탁구협회가 올해 개최한 제28회 은평구청장배 탁구대회에서 원가를 부풀리는 등 지출결의서를 허위로 작성하여 구청 보조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평시민신문>이 취재한 결과 탁구협회는 구청 보조금 350만원 중 최대 282만원에 해당하는 비용을 허위로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평구 탁구인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다년간 대회를 진행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며 은평구청과 은평구체육회의 감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2만원 짜리를 10만원에 빌린 탁구협회


은평구탁구협회는 지난 5월 28일 은평구청장배 탁구대회 개최로 은평구청으로부터 보조금 350만원을 지원받았다. 은평구탁구협회는 보조금 전액을 이용해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한 탁구용품업체로부터 탁구대 8만원(25대), 펜스 5천원(130개), 점수판 5천원(30개), 심판대 5천원(30개), 네트 5천원(30개), 탁구대운송료 40만원 등 총 350만원에 해당하는 탁구대회 용품을 대여했다.


그렇지만 지난 9일 <은평시민신문>이 동일 업체에 같은 조건으로 견적서를 받아본 결과 탁구대 1대는 2만원에 대여할 수 있었다. 업체는 그밖에 네트와 점수판, 심판대, 펜스를 모두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해당 업체는 운송료 45만원을 포함해 탁구대 25대에 해당하는 비용을 총 95만원이 적힌 견적서를 보내주었다. 은평구탁구협회보다 255만원이나 저렴하게 대여가 가능했다.


은평구를 기준으로 인천 부평구보다 가까이 위치한 서울의 대형 탁구용품업체 3곳과 경기도 삼송동에 위치한 탁구용품 업체에도 문의해본 결과 네트, 점수판, 심판대, 펜스를 모두 포함해 탁구대 1대당 2~3만원에 대여할 수 있었다. 서울의 H탁구용품 대여업체 관계자는 “10만원에 대여하는 곳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탁구인이라면 대부분 탁구대 등을 2~3만원 가격선에 대여할 수 있는 것을 알 텐데 10만원에 대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은평구탁구협회는 은평구다목적체육관이 보유하고 있는 탁구대 16대를 추가로 대여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번 대회에는 총 30대의 탁구대가 설치됐는데 은평구탁구협회가 탁구용품업체로부터 대여해온 탁구대는 14대 뿐이었다. 은평구탁구협회가 지출결의서에 탁구대 25대를 대여했다는 사실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은평구탁구협회가 탁구대를 14대만 빌려왔다면 실제 지출 내역은 68만원(배송료 40만원 포함)밖에 되지 않는다.


뉴타운탁구클럽의 정원준 관장은 “은평구다목적체육관에서 대여한 탁구대 질이 좋지 않아 대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협회가 대여해온 탁구대를 선호했다”며 “그렇지만 협회가 대여한 탁구대가 많지 않아 탁구대에 민감했던 참가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관장은 “은평구 다목적 체육관에서 대여한 탁구대에는 모두 다목적 체육관이라는 표시가 되어있어 은평구탁구협회가 이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가비로 이루어진 자부담 예산 공개 안해

탁구협회 예산에 관한 감사 필요


▲지난 5월 28일 개최한 제28회 은평구청장배 탁구대회. 이번 대회에는 총 30대의 탁구대가 설치됐다. 사진에서 왼쪽 열에 설치된 짙은 청색의 탁구대는 은평구 다목적체육관에서 대여한 탁구대이며, 오른쪽 열에 설치된 밝은 청색의 탁구대는 은평구탁구협회가 대여한 탁구대다. 이날 대회에서 은평구 탁구협회는 업체로부터 실제로는 14대밖에 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 7월 25일 은평구탁구협회에 대회 참가비로 이루어진 자부담 예산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그렇지만 은평구탁구협회는 ‘정산이 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해당 예산 집행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은평구체육회(회장: 김우영 은평구청장) 관계자는 지난 9일 “예산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기 위해 공문을 보냈지만 은평구탁구협회 사무장은 아직 정산이 되지 않았다”며 공개할 수 없없다고 말했다.


은평구탁구협회 규정 46조 경영공시에는 “본 협회는 경영의 투명성을 위하여 경영에 관한 중요 정보를 일반 국민이 알 수 있도록 공시하여야 한다.”라며 예산집행내역을 모두 공개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정원준 관장에 따르면 은평구탁구협회는 단 한 번도 예산집행내역에 관한 내용을 일체 공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유일한 은평구 탁구협회의 소통 공간인 ‘은평구탁구연합회’ 카페 공지사항 게시판에는 예산 집행내역에 관한 게시글은 1건도 없었다.


정원준 관장은 “은평구탁구협회가 주최하는 큰 탁구대회가 다년간 주어진 예산에 비해 음료수도 한 병 주는 것 없이 형편없는 수준으로 진행됐다”며 “은평구의 많은 탁구인들이 탁구협회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은평구탁구협회가 은평구청장배 탁구대회에서 지원받은 은평구청 보조금이 원가를 부풀려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보아 과거에 집행된 보조금 예산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은평구 탁구인들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지불한 참가비로 이루어진 자부담 예산 집행 내역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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