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걷다 보면 울퉁불퉁 박혀 있는 돌부리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걸려 넘어지기 십상이다. 그것도 잠시 오르막길이 나오면 여기저기 튀어나온 돌부리를 한발 한발 내디디며 좀 더 수월하게 산을 오를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      

며칠 전 큰 녀석에게 여자 친구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괜히 물어보았다고 후회하기까지 불과 몇 초도 안 걸렸다. “저런 동생이 있는데 누가 저를 좋아하겠어요!”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온 큰 녀석의 대답은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말보다 아프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학교 다닐 때는 주위 사람들한테 당당하게 장애인 동생이 있다고 말하던 녀석이었는데 이젠 피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로 버거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무슨 말로 위안을 해줄까? 아무 말도 못 했다.

실제로 주위에서 보면 장애 형제자매가 있다는 게 비장애자녀에게 큰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둘이 잘 사귀다가도 형이 또는 동생이 장애인이란 사실을 아는 순간 부모들은 어김없이 반대를 한다. 결국은 헤어지게 되고 상처는 비장애아이가 오롯이 떠안게 된다. 누구는 차라리 외국에 가서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고 오라고 아예 외국으로 보냈다는 사람도 있다. 충분히 공감이 된다.      

평평하고 좋은 길에서는 조그만 돌부리도 큰 걸림돌이 될 수가 있다. 그러나 높은 산을 올라보면 울퉁불퉁 나온 돌부리가 디딤돌이 되기도 하고 때론 손잡이가 되기도 한다. 내가 편할 때는 주위 사람들이 귀찮을 때도 있다. 그러나 힘이 들 때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옆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비로소 느끼게 된다.      

장애인 동생이 버겁기도 하겠지만 그런 동생으로 인해 큰 녀석의 삶이 더 단단해질 거라고 믿는다. 이런 생각들이 큰 녀석과 공감이 되는 시간이 올 거라는 것 또한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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