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살아가기 7]

전업 아빠의 육아이야기를 한번 써보라고 해서 뭘써야 할지 고민 하다가 ‘아빠’라는 단어에 주목해 보기로 했다. 아빠가 육아하면 뭐 가 다를까? 당장 아빠가 집안일은 잘 할 수 있을까? 또는 아이들을 세심하게 잘 돌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떠오를 것 같다. 나는 자취를 한 경험이 있고 음식을 잘해먹었다. 그 덕에 지금은 꽤 괜찮은 요리실력을 갖고 있고 집안일 또한 무리 없이 해낸다.

우리 집은 5세, 6세의 연년생 아 들이 있다.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고 자주 싸우지만 항상 같이 놀고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깊다.

아내가 육아를 할 때와 크게 다른 점은 아내는 미술, 음악, 독서 등으로 아이들과 놀아준 반면 나는 주로 몸을 쓰는 놀이를 많이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과 밖에 나가 놀이터에서 놀거나, 축구를 하거나,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는 등의 활동을 주로 하고, 비가 오거나 날씨 상황에 따라서 집안에서 보물찾기, 숨바꼭질, 캐치볼, 영웅과 악당놀이 등을 한다. 놀이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항상 땀을 흘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밖에 나가면 주로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가 아이들과 나가 노는 모습을 본 엄마들은 의문의 시선을 던진다. 그리고 아이들과 열심히 뛰어 노는 모습을 보면 부러워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전업 아빠의 육아란 그런 것이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고 흔하지 않으며, 주위의 시선을 끈다. 그래서 종종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전업 아빠의 육아가 결코 부 족하지 않으며, 안심하고 엄마들이 일터에서 일 할 수 있겠다는 작은 생각의 변화를 기대한 탓이다. 

물론 부족한 점이 있다. 엄마보다 세심하지 않다. 아내는 아주 세심한 편이고 아이들의 감정에 공감한다. 그에 비해 나는 상황을 이성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는 습관이 있다는 걸 느끼곤 한다. 아이를 따뜻하게 감싸주어야 할 때도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고 어떻게 하면 상황을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5세, 6세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내 모습을 본다면, 다른 엄마들은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규범을 잘 지키고 바른 생활습관을 익힌 우리 아이들을 본다면 그게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씻고, 자기가 입을 옷을 꺼내 입고, 하원을 하면 가방정리도 하고, 화장실에 들어가 본인들이 샤워를 하고 서로의 등도 닦아준다. 물론 내가 들어가 머리를 감겨주고, 잘 씻었는지 확인을 한다. 그리고 잠옷을 스스로 입는다. 

나는 육아에 관한 많은 서적들, 그리고 전문가의 지식들이 결코 모든 아이들에게 통용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는 아이마다 다르고, 그 아이에 맞는 교육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육아를 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육아의 무게에 짓눌리진 않아야 한다고 본다. 그 무게에 짓눌리면 결국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그 스트레스가 전달된다. 그래서 아이들과 적절한 규칙을 정하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가르치고 요구하며, 육아의 무게로부터 벗어 날 수 있는 만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다 해주는 육아는 아빠인 나로서는 불필요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게 해줄 역량 또한 부족하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아이에게 맡기고, 실패를 지켜보고, 다독여주고, 놀이만을 제공하지 않고, 노동에 대해서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가끔 떠오른다. 그러면 반성이 되곤 한다. 하지만 우리집 아이들은 어느 누구 못지않게 개구지다. 나의 방식이 일반적인 아빠의 육아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고, 우리 네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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