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안락사를 멈춰달라

 

▲오랫동안 동네개를 돌보고 있는 주민이 동네개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돌보고 있는 모습

 

주인 없는 동네개와 함께 살게 해달라는 녹번동 독박골 주민들의 요구가 한창이다. 주민들은 동네개들이 오랜 기간 주민과 함께 지내며 멧돼지가 동네에 내려오는 것을 막고 동네를 지키는 역할을 했다며 무분별하게 동네개를 잡아가고 안락사시키는 것을 멈춰달라는 주민서명을 받아 지난 24일 서울시에 제출했다.

유기견 관련 민원이 대부분 ‘개를 잡아가라’인데 반해 독박골 주민들의 요구가 동네개와 함께 살게 해달라는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독박골에 유기견이 살기 시작한 건 최소 5년 전부터이다. 녹번동 재개발로 버려진 개들이 북한산을 떠돌다 사람이 살고 있는 독박골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은 떠돌다 동네에 자리잡은 개들에게 먹이도 주고 쉴 곳을 마련해 주었다. 개들에게 매일 밥을 챙겨주는 주민도 생겼고, 간식을 간간히 챙겨주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주민들은 억지로 개를 붙잡으려 하지 않았고 개들도 주민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서로 함께 살았다. 주민들은 ‘들개’, ‘떠도는 개’ 대신 동네에 함께 사는 동네개로 여겼고 뚜치, 미미 등 이름도 붙여줬다. 식성, 특성, 생김새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함께 모이면 동네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17일에는 올가미 줄에 큰 부상을 입은 어미개를 주민들이 함께 구조하기도 했다.

동네개를 돌보는 주민들은 유기견이 10여 마리까지 늘어나고, 민원해결이라며 포수가 동네개들을 유인해 포획해 잡아가자 동네개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동네개를 좋아하는 주민들도 있었지만 공포감을 갖고 있는 다른 민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동물보호단체 케어와 함께 동네개 중 강아지 2마리에게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2마리의 동네개들은 원위치에 돌아왔지만 그날 이후 모두 사라져 버렸다. 무리생활을 하던 강아지들이 다시 무리에 섞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전문성을 갖고 있는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과적으로 중성화 수술을 받은 강아지들만 사라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함께 재개발이 예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반려동물 중성화수술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포획 및 살처분으로 들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해 재개발로 유기견이 되는 상황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사업이다. 그렇지만 현재 도시를 떠도는유기견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동네개와 주민이 함께 지내는 평화가 깨진 것은 지난 3월부터다. 갑자기 포수가 나타나 동네개를 잡아가려고 하자 주민들이 나와서 반대했지만 동네를 다시 찾은 포수는 여러 마리의 개를 잡아갔고 결국 11마리의 동네개 중 4마리만 남게 되었다. 

동네개를 포획한 포수는 은평구청이 고용한 이로 유기견 한 마리를 포획하면 50만원의 비용을 받게 된다. 은평구는 지난 2012년에 들개 관련 민원이 늘어나자 포수를 고용해 포획을 시작했으며 올해는 1천만 원의 예산이 책정 되어 올해 6월에 이미 해당 예산이 모두 집행됐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예산이 모두 집행됐지만 들개 관련 민원이 계속 제기돼 추경을 통해서라도 예산을 증액해 계속해서 포획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막무가내로 개를 잡아가지 말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한다. 심지어 매일 밥을 챙겨주던 주민에게 어떤 개를 잡아가야 하는지 지목하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허은영 씨는 “구청에 문의하니 누군가 민원을 넣어서 포획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잡혀간 우리 동네 성견들을 일반적으로 입양하는 게 쉽겠냐”며 “결국 입양되지 않아 안락사되는 것인데 누가 어떤 내용을 위험하다고 판단하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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