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7일 응암오거리 앞. ‘700명에 화장실 1곳, 똥쌀권리 보장하라’, ‘학생인권 존중하고 교육환경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충암학원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보다 못한 학생, 교사, 학부모와 지역주민 등이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5층에서 떨어진 창틀에 충암고 학생이 머리를 맞아 중상을 입고 충암중 남학생 700명이 생활하는 건물에 화장실은 단 한 곳뿐인 곳이었던 충암학원. 그런 학교환경을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낸 교사는 전보조치하고 입을 틀어막는 사학재단이 바로 충암이었다.

충암학원의 비리가 처음 밖으로 알려진 것은 1996년경이다. 당시 충암학원 이사장이던 이홍식씨가 학교땅을 임대해 스포츠센터를 지으면서 학교공금을 횡령했고, 1999년에는 학교 난방시설 공사비를 3억 6천만원 횡령했다가 처벌을 받았다. 같은 해 교장을 시켜 조카 병역면제 청탁비용으로 4천만원의 뇌물을 건넸다가 결국 구속까지 되기도 했다.

이 일로 이홍식씨는 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의 유죄선고를 받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게 되었지만 충암학원은 별로 달라지는 게 없었다. 다음 이사장을 맡은 이가 바로 그의 아내였기 때문이다. 이름뿐인 처자식 이사장을 대신해 여전히 이홍식씨는 학교 안에서 이사장님으로 불리며 실질적인 권력을 휘두르다 2008년 다시 이사장 자리에 오른다.

학교급식도 예외는 아니었다. ‘급식비 안 냈으면 밥 먹지 마라’는 급식막말이 당시 충암고 교감 입에서 나온데 이어 식재료비 등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4억여 원을 횡령한 급식비리가 서울시교육청 감사결과 드러나 충격을 안겨줬다.

충암학원 비리의 중심인물인 이홍식 전 이사장은 1974년에 처음 이사장 자리에 오른다. 충암학원을 세운 아버지가 초대 교장이었고 어머니가 초대 이사장이었다. 개교 직후 설립자인 아버지가 사망하자 학교운영을 책임지게 된 것이 바로 이홍식씨로 이때부터 이씨의 장기집권이 시작된다.

2011년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횡령과 인사 등 34건의 각종 비리가 또다시 드러나자 이씨는 다시 이사장 자리에서 쫓겨나고 행정실장이던 둘째아들도 학교에서 물러난다. 그러나 여전히 충암학원은 이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미 아들과 딸, 며느리들이 이사장과 행정실장, 교감과 유치원실장이 되어 가족경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종 비리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감사를 하고 시정조치와 징계를 요구해도 충암학원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무시해버렸다. 2011년 감사이후 실질적인 징계를 받은 교사도 없었고 급식비리 감사 이후에도 교장과 행정실장 파면 등 관련자들이 징계를 받았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급식막말 교감은 현재 교사로 근무하고 있고 충암고 교장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은 채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퇴임했다. 당시 행정실장도 지금 그대로 근무하고 있다.

충암학원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은 학교를 망친 구재단의 핵심 관계자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다행히 서울시교육청이 충암학원 임원전원 승인을 취소한 데 이어 충암학원을 개혁할 새로운 임시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비리사학이라는 이름을 씻고 학교 정상화의 길을 열어서, 충암학원이 건강한 교육기관으로 성장하고 지역의 자랑스러운 학교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충암학원의 정상화를 위해 애쓴 충암의 교육주체들과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행복한 충암, 자랑스런 충암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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