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해가 저무는 시간 ③


더위를 피할 길이 없다.
창문을 꼭꼭 닫아걸고 바깥에다 버린 열기.
석유의 힘으로 냉각되는 서늘한 공기.
햇볕까지 튕겨내는 썬팅과의 놀라운 콜라보레이션.
버려진 열기는 길거리에 나뒹군다.

파란불에 건너가는 횡단보도 옆에서
훅훅 내쉬는 차의 날숨이 원망스럽다.
아스팔트를 안 그래도 충분히 달구어졌는데
나뒹굴던 열기가 사람에게 훅 하니 끼얹져지면
저 더위를 피할 길이 없다.
안 그래도 폭염이라는데
정말이지 피할 길이 없다.

일이삼사오육칠팔차선
탁 트이고 뻥 뚫어놓으면 뭐하나
사람 앉을 벤치 하나 없는 인정머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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