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과 함께 짓는 마을학교 21]

 

 

놀이하는 아이들에게는 시냇물 소리가 난다. 졸졸졸 흐르다가 폴짝폴짝 바위를 넘고 여울을 만나 콸콸 흐르기도 하고 서로 몸과 마음을 섞어서 아름다운 무리가 되기도 한다. 놀이하는 아이들에게는 바람 소리가 난다. 어디론가 쉼 없이 내달리고, 마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거침이 없기도 하고, 나뭇잎을 만나면 낯을 간질이다가 깃발을 만나면 펄럭이게 하는 바람 같다. 이와 같이 파동을 가진 아이들이다.

2015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어린이 놀이헌장”을 선포하고 “놀이를 통하여 조화롭고 건강한 인간발달에 기여하고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가 극대화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10대 공동정책을 함께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변화가 없다. 그냥 ‘선언’이고 ‘바란다’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도무지 바람이 실현되지 못하고 많이 아이들도 행정에 마냥 ‘바라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을 쉴 새 없이 돌립니다?

아이들은 놀 권리가 있다. 그리고 놀 시간과 장소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어른들은 여가와 문화 및 오락 활동을 보장하여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1089) 제31조에는 당사국은 휴식이나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를 애써 외면하거나 교육 제도의 틀 속에서 한정 지우려 한다. 얼마전에 인디언이 참여하고 있는 성북구청의 놀권리사업기획단의 워크숍에서 만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발언이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거대한 경쟁의 늪에 빠져 있는데요. 이 때문에 부모님들께서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학원, 학습지, 과외, 학교 방과후 수업 까지. 쉴 새 없이 아이들을 돌립니다.”

아이들의 일상을 이렇듯 ‘쉴 새 없이 돌리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모두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하지만, 놀이의 사회적 의미가 너무 간과되어 있다. 유아기나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놀이터는 어느 동네나 학교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초등 고학년이나 중등하교 학생들은 딱히 갈 곳이 마뜩찮다. 노래방이나 영화관이 그나마도 스트레스 해소 장소이다. 그래서 연령층과 행동특성을 세분화하여 다양한 욕구들을 받아줄 수 있어야 한다.

놀이는 교육 행위이다. 아동권리선언(7조)에도 놀이, 레크레이션은 교육과 동일하게 다루어져야 하며 사회 및 공공기관은 아동의 놀 권리 향유를 추진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놀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할 때이다.

 

우리 놀이공간을 우리가 디자인해요?

 

“인디언. 아이들이 복도에서 너무 뛰어요!”

“그렇죠? 아이들은 뛰어야 하니까요.”

“복도가 꽤 넓은데 계속 뛰지 말라고만 하기에는 미안하고...”

아니나 다를까. 고육지책이랄까? 

복도 곳곳에 아이들의 충돌(?) 방지용 글귀와 그림들이 나붙기에 이르렀다.

아버지회에서 ‘자베르 경감’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혜경샘이 나섰다.

“인디언. 복도를 아이들에게 제대로 줄 수 없을까요?”

“예, 여러 사례가 있지만 놀이나 휴게, 전시 공간으로...”

“바로 그 말이에요. 뛰지말라고만 하니 인권침해같은 기분이 들어서...^^”

“ 으음. 예산은 자베르경감께서 챙겨봐 주시고... 프로젝트를 준비해 볼게요.”

 

 

 

이렇게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탄생하였다. 1학기는 인디언과 초원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에산을 가지고 아이들과 공간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2학기는 하자센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받아서 후속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계획하였다. 항상 공간은 어른들이 아이들에 만들어서 제공하는 형식이었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자기들의 공간을 스스로 디자인하기이다. 

곳곳에 회원모집 포스터가 붙고 5, 6학년 중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을 공개 모집에 들어갔다. 15명내외의 1차 구성을 마치고 드디어 ‘공간만들기’ 팀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의외로 남자아이들이 3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여자아이들이라니 새로운 시도가 될 것도 같아보였다.

 

 <1차 강의>

- 5.20(토) : 친환경 건축과 공간의 이해/ 인디언 (건축가,검바우마을대표)

- 5.27(토) : 목공과 건축구조의 이해 / 허재봉 (건축가, 은빛초 목공지도)

- 6. 3 (토) : 실내에서 하는 놀이 프로그램 / 이수정(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 상임이사)

- 6.10 (토) : 소통을 위한 건축가 역할놀이/ 정기황(건축가, 어린이 건축학교 교장)

 <2차 디자인 하기>

- 6.24(토) : 외국사례 소개 및 스스로 놀이공간 찾기/ 초원(건축가)

- 7.1 (토) : 공간 디자인하기 (팀 작업후 발표) / 인디언

 <3차 부모와 함께 공간만들기>

- 7, 8월 중( 토 및 일요일 예정): 아버지회와 공동 프로젝트 진행.

 <4차 외부공간 만들기>

- 2학기 프로젝트는 하자센터 지원프로그램과 연계 예정

 

 

 

 

아이들이 주체가 되고 설계자 되기

크게 놀이공간의 유형은 실외형,  실내형, 골목형, 유목형으로 나눌 수 있다(성북구 놀권리사업기획단 분류).  숲속놀이터나 모험놀이터 에코 스쿨형인 실외형과는 다르게 우리가 진행하는 것은 실내형이다. 쓸모가 적은 실내공간이나 복도 등의 공간을 찾아내어 실내형 놀이 공간이나 전시 및 휴게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검바우마을학교’ 3년차를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계획 방향에 있다. 지금까지 어른들이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를 확정하고 아이들은 참가하여 체험하거나 활동하는 형식이었다. 아이들을 너무 어리게만 여기고 만나고 있는건 아닐까?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찾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마을학교에 주체 형성에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번 해는 “뭐든지 학교(2년차)”와 더불어 스스로 공간디자인을 제안하고 부모와 함께 공간을 만들고 직접 사용하는 일련의 “공간만들기 프로젝트”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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