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민낯 3] 은평의 파수꾼 조상희씨가 6년간 지켜본 지방자치


내년에 일곱 번째 지방선거가 열린다. 독재정권에게 30여 년간 박탈당했던 지방자치제가 1991년 지방의원 선거를 통해 부활한 이후 일곱 번째 지방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지방자치제에 대한 불신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 있지만 무관심한 주권자의 책임 또한 없지는 않다. 이에 지방의회 개혁과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지방의회의 실상을 보여주면서 전문가의 의견 등을 싣는다. [편집자 주] 

▲은평구의회 상임위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는 은평구의회의 파수꾼 조상희씨. ⓒ 정민구

조상희(서울시 은평구 갈현 1동)씨는 은평의 파수꾼이다. 상하수도 기술사인 그는 현대엔지니어링에서 32년간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직후인 2012년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은평구청과 구의회의 개혁을 위해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6년째 활동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 속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씨는 외롭고 힘들 텐데도 흔들리는 기색이 없다.  

은평구청 공무원 1500여명과 구의원 19명을 혼자 모니터링 하는 것은 만만지 않은 일이다. 그는 은평구청의 불투명한 행정과 예산․인사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은평구의회의 비민주적 의회운영을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한다. 파수꾼은 '한눈팔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는 정확하게 은평구의 파수꾼이다. 구청의 각종 문제를 제기하고 구의회를 모니터링하면서 감시활동 하는 일에 한눈팔지 않는다.

지방자치제가 부활한지 26년째이지만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 내리기는커녕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주민의 삶과 직결된 지방자치는 더없이 소중하지만 견제와 감시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구정과 의회를 견제하던 시민단체들이 지방정부 사업에 참여하면서 그 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은평구청과 구의회는 물론이고 은평 지역 시민사회까지 서슴없이 비판하는 조상희씨를 지난 8일 <은평시민신문>에서 만나 까놓고 인터뷰 했다. 

행정의 부조리한 모습 목격하고 은퇴 후 감시활동 6년째
비민주적이고 비공개적 지방의회 회의 방식은 개선돼야

▲6년째 지방의회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는 조상희씨는 구청과 구의회가 개혁될 때까지 감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정민구

- 누가 활동비를 주는 것도 아니고 시키지도 않는데 왜 파수꾼을 자처했나. 
"직장 생활하면서 행정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많이 목격했다. 업자 선정 과정에서 뇌물이 오고가면 실적이고 뭐고 없었다. 뇌물을 준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기준이 바뀌고 항목이 조정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정년퇴직하자마자 지방자치 감시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서울시까지 하려고 했는데 너무 커서 손대지 중도 포기하고 은평구와 의회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3년 정도 활동하면 은평구와 의회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개혁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 은평구청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 정도인가. 
"계약과 임기제 공무원 채용 인사, 청렴, 공정성과 투명성으로 볼 때 60점 정도 밖에는 줄 수가 없다. 은평구의회도 그 정도라고 본다. 투명성, 정보공개, 정부 3.0 등의 용어가 등장해 뭔가 달라진 것 같지만 내용 깊이 들어가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필요한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마나한 자료 위주로 공개한다. 은평구의회도 마찬가지다. 의원 각자가 역량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하기보다 의전과 형식을 중시하며 군림하려고 한다. 여전히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조상희씨 말고도 은평구의회 모니터링 하는 사람이 있나. 
"거의 없다. 예산을 지원 받은 단체와 목적을 가진 단체가 활동을 했는데 미미했다. 간혹 본회의 모니터링을 하러 오는 분이 있는데 본회의 모니터링은 의미가 없다. 본회의는 의사봉을 두드리는 곳이지 실질적인 내용을 다루는 곳이 아니다. 중요한 곳은 상임위와 예결위인데 그런 곳은 등한시한다. 간혹 지역신문 기자들이 의회에 들어오는데 취재수첩도 가지고 오지 않는다. 취재가 될지 의심이고 의회에 대해 제대로 보도한 것을 본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 은평구의회를 비판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모든 회의는 기록해야 한다. 예산뿐 아니라 의안이든 조례든 마찬가지다. 그런데 은평구의회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안건을 두고 토론이 벌어지려고 하면 정회를 하고 따로 모임을 한다. 의원들끼리 방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일체 알 수 없다. 속기록에도 남지 않고 영상에도 남지 않으니 속사정을 알 수 없다. 정회는 급한 용무 즉,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깐 정회해야 하는데 의원 간의 입장 차이로 토론이 전개되려고 하면 의견조율을 위해 정회하면서 구민들의 알권리를 차단한다. 비민주적이고 비공개적 회의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 은평구의회는 그동안 안건을 어떻게 처리했나.
"지난 6년 동안 은평구의회를 모니터링하면서 표결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전부 99.9% 원안가결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의원들이 반대 토론을 막는 것을 보면서 풀뿌리 민주주의 실천 현장인 구의회가 이런 곳인가? 회의감이 들었다다.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예산안 계수조정이다. 

계수조정이란 예산안에 대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세부 내역을 조정하는 것인데 예산을 삭감하든 증액하든 필요하면 이유를 당당히 설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계수조정은 필히 공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계수 조정을 간담회에서 하는 것은 지방 자치법 위반 소지가 있다. 그리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 속기록을 남기고 영상에 남기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 풀뿌리 민주주의 현장인 구의회에서 민주주의의 기본인 토론, 표결, 의사표현이 자유롭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다.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안건이 부결된 것을 보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 은평구의회에선 야당과 여당이 없다. 야당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서 끝까지 표결을 요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토론과 표결이 진행되는 게 그런 야당이 없다."

- 혼자 활동하다보면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활동 초기에 한 공무원이 '당신의 민원 때문에 은평구 행정의 질이 떨어진다.'며 반발했다. 나의 문제 제기에 답을 하느라 힘들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활동을 계속했더니 그 이후로는 시비 걸지 않았다. 3년 전인가? 4년 전인가? 은평구의회 의장과 부의장 명의의 경고 공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은평구청 공무원과 시민단체 관계자 그리고 구민 등 1,500여명에게 은평구와 의회 모니터링 내용을 보냈는데 불특정 다수에게 메일 보내는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개인의 명예훼손을 한 적이 없다. 행정의 잘못과 불투명성 그리고, 입찰의 부적절함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촉구할 뿐이다."

- 조상희씨의 활동으로 어떤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가.
"나의 활동을 통해 은평구청과 의회가 어느 정도 조심하는 것은 같다. 며칠 전에 은평구의회에 갔더니 '조 선생이 안 오니 출석율이 저조하다. 자주 오라'고 말하더라. 나는 그때 다른 상임위에 있었다."(웃으면서)

- 의원 중에 제대로 하려고 고민하는 의원들도 있지 않나. 
"상임위 모니터링을 반기는 의원과 모니터링 결과가 구민들에게 알려 지기를 바라는 의원도 있다. 그들은 성실하게 일하는 의원들이다. 그런 의원들은 오히려 아이디어를 달라고 요청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성실하게 하려는 의원들이 왕따를 당하지 않나 싶다."

"은평구청과 구의회 감시-견제하는 시민단체 본 적 없어"

▲2016년 12월 21일 열린 은평구 민관협치 조례안 주민설명회 모습.ⓒ 정민구

- 왜 시민단체에 들어가서 활동하지 않나. 
"시민단체라는 게 어떤 단체를 말하는지 모르겠다. 은평구청과 구의회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민단체가 은평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 시민사회가 구청과 구의회를 견제하고 비판하면서 싸운 적이 있지 않았나.
"은평의 녹색당, 노동당과 정의당이 은평구의원들의 해외여행 관련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울시에 감사 청구한 적은 있는데 지속적으로 현장에서 모니터링 하거나 감시하는 것을 본 기억은 없다. 시민단체에 대한 비판 가능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때가 되니 않았나 생각된다. 

은평구청 협치조정관과 센터장 그리고, 최근에 설립된 은평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잇따라 발탁됐다. 좋게 해석하면 구정을 변화시키기고 시민단체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단체의 이익을 위해 구정에 참여했다고 비판적으로 보는 시민들도 있다."

- 은평구청과 시민사회 간에 다양한 협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은평구는 요즘 각종 사업에 협치와 소통을 이야기 하는데 협치라는 말이 피부에 확 와 닿지 않는다. 시민단체가 구정에 참여했으면 공정하고 투명해져야 하는데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일전에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가 '썰전'에서 협치를 주제로 토론했는데 전 변호사가 '협치라는 좋은 단어가 잘못하면 밀치나 농치로 변질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가 본래의 설립 목적인 권력의 견제와 감시에 보다 많은 관심 갖기를 바란다. 초심을 잃지 말았으면 한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구정에 참여하면서 인사 적체와 옥상옥 조직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은평구청 각 위원회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은평구에는 100여개의 각종 위원회가 있는데 시민단체 위원들이 각 위원회에 많이 들어가 있다. 어떤 시민단체 대표는 수많은 위원회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그만큼의 전문성을 가지고 심도 있게 활동하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각 위원회에 들어가 활동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공무원들이 위원회를 책임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문제가 생기면 위원회에서 결정했다며 책임을 떠 넘기는 도구로 위원회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 위원회의 무엇이 문제인가.
"중요한 위원회의 회의록은 항상 모니터링 한다. 그런데 위원회가 발언 위원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자신 있으면 밝혀야 한다. 위원회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려면 위원들의 이름과 발언 내용을 밝혀야 한다. 문제는 유사한 위원회가 너무 많다. 1년에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는 위원회도 있다. 구민과 밀접한 사안은 회의를 열어서 결정해야 하는데 서면회의로 대신 하는 경우가 있다. 무엇보다 위원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것을 본 기억이 없다."

-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구의회가 구정 질문은 일문일답으로 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조례를 합리적 조례로 개정하면서 계수조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때까지 그리고, 은평구청이 공정한 인원 채용과, 투명한 원가산정에 의한 업체선정 등이 이루어질 때까지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그런 다음에는 서울시로 옮겨 활동할 생각이다."

- 그래도 혼자 활동하면 지치고 힘들 것 같다.  
"몸과 마음은 힘들지 않다. 그런데 6년간 활동하면서 확보한 자료가 수 천 건이어서 자료를 관리하는 일이 힘들다. 그동안은 정보수집과 홍보를 2대8로 했는데 지금부터는 5대5로 구민들에게 알리려고 한다. 구정과 구의회를 모니터링하려면 스스로 단련하고 내공을 쌓아야 한다. 

그래서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쫄지 않기, 둘째 지치지 않기, 셋째 화내지 않기다. 공무원들이 무슨 말을 해도 쫄지 않고, 구의원 수십 명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딱 버틴다. 세 가지 원칙을 마음에 두고 있다가 화가 나려고 하면 마음을 다잡는다. 사실 외로울 때도 있다. 투명하고 개혁적인 동네를 만드는 일에 동참할 한 사람의 친구라도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민들에게 모니터링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 중
돌아가는 것 알아야 욕이라도 하고 전화라도 해"

▲은평구와 의회 감시활동을 혼자 하고 있는 조상희 선생은 구와 의회를 지속적으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시민단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정민구

- <은평시민신문>이 구의원들의 수상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구의원들을 오랫동안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입장에서 본다면 대체적으로 상을 못 받는 의원들이 의정 활동을 더 잘하는 것 같다. 내가 볼 때, 상을 받은 대다수의 의원들은 자기 공적서를 자기가 작성해 제출한다. 상을 주관하는 신문사나 기관들이 의원들을 제대로 검증하고, 투명하게 심사하고, 심사결과를 공개하는지 의문이다. 한 수상 기관에 전화를 걸어 공적조서 공개를 요구했더니 '본인들이 공적조서를 작성했으니 본인들에게 물어보라'며 언성을 높였다."

- 상을 못 받은 의원들이 더 잘한다는 수치나 근거가 있는가. 
"의원들의 평가를 수치로 매기는 수단은 출결과 상임위 발언, 예결위 발언, 의원 발의 조례 등인데 출결을 잘한다고, 발언이 많다고, 조례 발의가 많다고 우수한 의원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출결은 잘하는데 자질이 미달인 경우도 있고, 발언 횟수는 많은 데 질은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발언 횟수는 적은데 발언 내용이 예리한 경우도 있다. 의원들을 수치를 매기면서 평가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 은평구의회 19명 의원의 순위를 매긴 적이 있나.
"마음에는 순위가 매겨져 있다. 그런데 수치로 순위를 매기기가 쉽지 않아서 밝히기 어렵다."

- 은평구의회를 개혁시키는 방법은.
"의원들이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행정사무감사를 하면 공고나 이메일, 홈페이지 혹은 SNS 등을 통해 제보 및 의견 제시 해달라고 해서 주민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의회에 요구했는데 답변은 '그런 것이 없어도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서대문구의회는 행정사무감사에 제보와 의견으로 참여해달라는 플래카드를 내 걸었다. 우리 은평구의회도 그렇게 하자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하고 있다'면서 의견을 묵살했다. 의원들이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 일 수는 없다. 전문 역량을 가진 주민의 도움을 받으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 무관심한 주민들의 책임도 있지 않을까.
"주민들의 책임이 일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생계유지 때문에 직접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내가 모니터링 한 것들을 구민들에게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주민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욕이라도 하고, 이야기라도 하고, 전화라도 한다."

-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가.
"구의회에 관심을 갖는 구민들은 전무하다시피 한다. 나도 직장생활 할 땐 관심이 없었다. 지방의회 선거 때는 후보자 면면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을 보고 대충 찍었다. 그래서 당이 공천을 잘해야 하는데 어떻게 저런 사람을 공천했나, 어떻게 저런 사람이 구의원이 됐나 탄식이 나올 정도로 자질 미달의 구의원들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이든 무소속이든 2명~3명 정도라도 구의회에 진출해 변화된 의정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