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이사를 했다. 오래된 짐을 거의 버렸다. 그저 소박하고 간소하게 살고 싶어 새 물건을 장만하지 않았다. 복잡한 생각과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나, 살림살이도 시간도 인간관계도 얽매임이 없는 자유로운 삶을 꿈꾸던 때 만난 책이 <바다의 선물>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고, 생각도 삶도 단순하게 살고자하는 내가 유별난 것은 아니라고 위로해 주어서 고맙고 반가운 책이었다.
저자 앤 모로 린드버그는 생활의 간소화, 고독, 중년의 축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의 관심과 의무는 원의 모든 방향(가족, 친구, 직장, 이웃)을 향해 열려있다. 이 모든 것들에 마음을 쏟으며 어떻게 정신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저자는 “생활을 간소하게 하라”고 말한다. 정리정돈이나 청소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지 말고, 체면에서 자유로워지기를 권한다.
임신과 육아, 양육, 교육, 많은 집안일,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내면의 샘을 채워야 하는데, 이것은 고독을 통해 가장 잘 이루어진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한 여성은 거미줄처럼 얽힌 모든 인간관계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중년이라는 나이는 야심, 물질의 소유, 이기심을 벗어던지는 시기이다. 이 때 불만, 불안, 회의, 좌절, 동경 등 ‘중년의 방황’이라고 일컬을 만한 고유한 증상이 나타난다. 저자에 따르면 이 증상은 성장에 따르는 고통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 ‘중년의 방황’을 사춘기 때의 방황과 마찬가지로 ‘성장의 징후’로 파악하는 관점이었다. 사춘기 때의 방황과 불안, 동요를 성장하기 위한 고통의 시간으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처럼, 중년에 오는 불안과 회의, 좌절, 동경도 성장의 징후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한다. 이 시기를 현명하게 넘겨 정신적인 성장이 이루어지면 자신만의 좁은 세계를 벗어나 중년의 축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나는 50대 중반에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매주 새로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삶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다양한 분야의 좋은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지고 삶의 지경이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책을 친구 삼아 노후를 보내면 참 행복하겠다는 소망도 생겼다.
나의 바람을 저자의 글로 대신한다. “나는 하나님이 바라는 대로 임무를 다하고 남에게 뭔가 줄 수 있는 내적이고 정신적인 은총의 단계에 이르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