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 떠도는 사람들] 아, 大恨민국!

▲경찰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중국동포 청년 이림빈씨.

중국 흑룡강성 출신으로 길림사범대를 졸업한 뒤 교사로 일했던 중국동포 이림빈(당시 27세)씨는 1997년 960만원이란 거금을 들여 한국에 왔습니다. 코리안 드림의 열풍이 몰아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동포 청년의 꿈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경기도 안산의 한 공장에서 프레스 공으로 일하던 그는 한국에 온지 나흘째 되던 날, 오른 손이 프레스 기계에 말려들면서 손을 절단하는 산재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노동자의 안전보다 이윤 확보에 급급한 야만의 생산체제에 희생된 것입니다.

 

"이제 아침이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아내의 얼굴을 보는 것도 그렇고, 어린 딸의 손을 잡아줄 손도 하나 밖에 없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그래도 고향으로 가야합니다. 여기선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제가 떠나더라도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 뻐꾸기시계가 울 때마다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그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딸의 돌이 곧 돌아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날 밤, 자신을 도와준 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 뻐꾸기시계를 선물하면서 자신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그가 떠나면서 선물한 뻐꾸기시계가 ‘뻐꾹 뻐꾹’ 울지 아니하고 ‘한국, 大恨민국! 한국, 착취대국’하며 우는 것 같았습니다. 코리안 드림은커녕 오른 손을 잃은 중국동포 청년이 할아버지의 조국을 떠나면서 한 맺힌 울부짖음을 그대로 두고 떠난 것입니다. 아, 大恨민국!

 

사진=김지연/글=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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