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가 추진될 예정인 진관동 76-20번지 일대. 이곳은 은평뉴타운의 중심은 구파발역과 약 2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은평뉴타운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도 아닌데 왜 진관동에 자원순환센터가 만들어져야 합니까?”

지난 4월 6일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이하 자원순환센터)를 반대하는 은평뉴타운의 한 입주자 대표를 취재하던 도중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은평구청은 2020년까지 재활용 폐기물을 선별하는 자원순환센터를 진관동 76-20번지 일대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청이 자원순환센터를 추진하는 부지는 은평뉴타운의 중심인 구파발역과는 2km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진관동 은평뉴타운 9~10단지 입주자 대표회의는 자원순환센터가 악취, 소음, 교통체증 등을 유발하는 공해의 근원지가 될 것이라며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은평뉴타운은 재활용 폐기물을 분리 배출해 재활용 업체에 판매하고 있어 자원순환센터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곳에 추진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원순환센터를 다른 곳에 지으라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주장은 ‘네 마당에는 되지만, 내 뒷마당에는 절대 안 된다’는 식의 님비현상(Not In My Back Yard)으로 보여 지기 십상이다. 남의 동네에서 발생한 재활용 폐기물을 왜 우리 동네에서 처리하려고 하느냐. 우리 동네에 자원순환센터를 짓지 말라면 은평구에서 발생한 재활용 폐기물은 어디서 처리해야 할까? 

지난 3월부터 입주자 대표회의를 중심으로 자원순환센터가 은평뉴타운을 악취로 뒤덮을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퍼졌다. 자원순환센터 추진 설명회가 열리기도 전이다. 이런 소문을 접한 주민들은 아파트 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파트 값 앞에서 합리적 이성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님비 현상의 핵심은 자기 이익이다. 손해가 발생한다면 누구든 반발한다. 하지만 그 반발은 합리적이고 타당할 때 동의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은평구에서 은평뉴타운은 소위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아파트 매매가나 전세가도 은평구에서 높은 축에 속한다. 잘 산다는 바른 뜻은 어려운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지 않을까. 나에게 조금만 피해가 있어도 반발하면서 집단행동을 한다면 서로 돕고 사는 지역공동체가 가능할까.

만인은 일인을 위해 일인은 만인을 위해라는 말이 있다.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지역공동체는 불가능하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피해를 강요하는 방식은 갈등과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불신을 신뢰로 바꾸고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할 책임은 자원순환센터 설립 주체인 은평구청에게 있다. 재개발 과정에서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피해를 강요한 방식을 또 다시 사용한다면 자원순환센터 설치를 둘러싼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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