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칼럼]

해방둥이지만 도시정원 텃밭을 통해 젊음을 수혈 받은 도시농부 문대상입니다. 발상의 전환으로 자아도취,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함께 나누고 싶은 꿈은 어떤 것인지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저는 40년을 공직자로 제 스스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70~80년대 보릿고개에서, 잘 살아 보세의 물결 가운데서 인격과 인간관계는 저당 잡히고 살아남기 위해, 더 좋은 생활을 위해 오직 직장 일에만 충성(?)하다 보니 아내와 가족의 얼굴은 보기도 힘들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집을 지키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막상 그런 상황이 되고 보니 삶이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여, 이후의 삶을 알차게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리라 다짐했습니다. 

매일같이 북한산을 오르내리며 등산과 탁구로 건강을 지키고, 그동안 미루어 왔던 여행도 다니고, 친구 만나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짬짬이 이웃과 함께 텃밭도 가꾸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저 그랬습니다. 날이 갈수록 허무함과 무기력함이 엄습해 왔습니다. 그러니 체중만 늘고 성인병으로 인한 적신호도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불안하기 까지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2012년 마을공동체 마을학교에서 움트기 시작한 자아의 발견과 구청에서 실시한 도시농부학교를 통해 어릴 적 시골에서 아버지와 함께했던 농부의 길을 회상하게 되었습니다. 연이어 서울시 인생이모작지원센터의 사회공헌아카데미의 강의를 들으면서 100세 시대의 다가오는 30여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지난 40년 동안 힘들게 한 아내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 것인지, 어떻게 건강하게 살 것인지, 이제부터라도 나만을 위한 이기적이고 고집불통으로 똘똘 뭉쳐진 보수적인 동물적인 삶을 탈피하여 이웃과 나누고 돕고 즐겁게 재미있게 살수는 없을지, 고민하였습니다,

생각을 바꾸게 한 사회공헌 아카데미 과정이 끝나자마자 서울농업기술센터의 도시농업전문가과정을 연수했고, 도봉도시농업네트워크 동아리, 서울도시농업네트워크, 여성농민회, 녀름, 한살림, 환경단체, 여성민우회 등 여기저기를 밤낮으로 뛰어 다니면서 배우며 새로운 영역과 문화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농촌진흥청에서 진행한 행복한 정원텃밭 심화학습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신나는 도시텃밭을 통한 더불어 즐겁게, 오순도순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행복의 진면모를 배우고 익혔습니다.

신나는 텃밭프로그램을 통해 은평구 혁신파크의 이모작지원센터, 청년일자리허브의 후원을 힘입어 2013년, 청년, 시니어, 장애우가 함께하는 텃밭을 일구어 보았습니다. 같이 땀 흘린 후 청년들과 나누는 상추쌈, 열무김치, 막걸리 잔에 담긴 오고 가는 정겨운 대화는 마음을 열게 하고, 소통과 대화를 나누며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바뀌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교회가 있는 도봉에서도 70여명의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텃밭현장 티칭과 멘토의 기쁨도 나누면서 힘은 들어도 뿌듯함이 더 큼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도시농업전문가의 일원으로 도봉초등학교와 장안초등학교농장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친환경 먹거리와 농사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즐거움과 함께 활동비도 지원받아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자기아집에 빠졌던 60대에 더불어 소통하고 배려하는 
도시농부의 길로 들어서며 행복한 사람으로 변하였습니다.”

지난해 저는 너무 너무 행복했습니다. 향림도시농업체험원에서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비가 오나 눈이오나 어린이들, 장애인들 그리고 은평구민, 텃밭 참여자들과 함께 자연생태와 식물과 더불어 상생, 공존하는 자연 순환의 기쁨을 같이 나누었습니다. 올해도 도시농업전문가, 시민정원사, 자연생태 활동가, 원예치유사, 유기농활동가등 150여명이 멸종위기 식물보호, 우리 꽃 가꾸고 심기, 우리씨앗 지키기, 친환경 먹거리 기르고 나누기, 건강 기능성식물 재배에 함께하며 정원텃밭에서 즐거움을 나누려고 합니다. 함께 학습하고 익힌 것들을 경로당, 독거노인과 방과후 어린이들에게도 나누겠다고 다짐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텃밭에서의 일상은 단순하지만 행복합니다. 텃밭을 가꾸기 전에 신바람체조로 근육을 풀어주고, 점심에는 상추와 허브비빔밥으로, 어느 날 저녁때는 땀을 훔치며 우리가 가꾼 김치에 두부를 얹어서 막걸리 한사발로 소통하며 행복을 누립니다. 해질 무렵 아내와 같이 텃밭을 산책하며 손자에게 토마토 이야기도 들려주고 로즈마리 향기를 맡아보는 것은 해본 사람만 아는 큰 행복입니다.

자아도취, 자기아집에 빠졌던 제가 60대에 더불어 소통하고 배려하는 도시농부의 길로 들어서며 긍정적이고 섬기는 행복한 사람으로 변하였습니다. 텃밭을 이웃과 함께 오순도순 가꾸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주고, 아는 것은 가르쳐주고 모르는 것은 배우는 재미, 친환경의 안전한 먹거리를 손자에게 먹이고 가족과 이웃이 나누어 먹는 즐거움, 그리고 멘토로 봉사하고, 때로는 수입도 얻게 되는 이 모든 것이 저를 살맛나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행복한 도시농부입니다. 이제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도시농부로서 떠오르는 새 시대, 새 역사의 주역으로 아집과 구시대적인 고정관념을 깨끗이 청산하고, 함께 행복한 푸른 꿈을 키워가는 동네를 만들기에 모두모두 같이하기를 소원합니다. 우리 모두 더불어 건강한 시대의 주역으로 행복 바이러스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문대상/향림도시농업체험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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