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냐”라는 1500만 촛불을 든 주권자의 절절한 탄식은 불의한 권력을 심판했고,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세력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 그리고 촛불시민혁명을 이뤄낸 위대한 국민은 지금 “이게 나라다”라는 새로운 나라의 개혁열망을 승화시키고 있다. 
 
4.19 혁명 57주년, 5.18 광주민주항쟁 37주년, 87년 민주화대투쟁 30주년 그리고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5월 9일 19대 대통령선거를 맞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국민은 불의한 권력이 준동할 때 이를 심판하고 주권자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일궈낸 역사를 써 왔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사회는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지배하고 있고, 그 기득권을 온존시키는 낡은 적폐가 사회 구석구석 쌓여 있다. 
 
‘이게 나라다’라는 개혁열망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에 근본원리가 잘 담겨 있다. 국민은 이 나라의 주인이며, 사람으로서 존엄을 가지고 안전하고 행복하기 살기 위하여 국가라는 공동체를 만들고 그 주권을 위임했다.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을 위해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대의제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인 대통령, 국회,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는 국민을 위해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권재민의 원리가 실현되는 대의기구를 구성하고 선출하는 정치제도와 선거제도의 개혁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게 나라다’라는 개혁열망은 ‘돈’이 실력인 나라가 아니라 ‘땀’이 실력인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돈 많은 부모를 둔 것이 실력이 아니라 누구나 땀 흘려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댓가를 보장받는 정의로운 사회에 함께 살자는 것이다. 특권과 반칙 없는 더 나은 사회, 내 삶을 바꾸는 정치를 위해 과감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반년여 동안 촛불시민은 불의한 권력을 심판했고, 사실상 가장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시작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존중받는 나라, 내 삶을 바꾸는 과감한 개혁이 실현되는 정권교체야말로 촛불시민혁명의 완성일 것이다. 
 
그러나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를 요구할 주권자의 개혁 요구는 ‘입 다물고 그대로 있으라’는 현행 선거법에 의해 크게 제약당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말과 행동으로 주권자가 정치적인 의사 표현을 하고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일진대 현행 정치제도와 선거제도는 비민주적이며 후진적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 및 구경꾼으로 만들거나 투표장 투표의 소극적 주권행사에 머물도록 하고 있다.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침해받지 않고 자유롭고 완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를 위해서 선거제도가 우선 개혁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선거참여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억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90조 1항(시설물설치 등의 금지)와 제93조 1항(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등의 조항은 폐지되어야 한다. 이 조항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그 어떠한 행위도 위법이며 범죄행위가 된다. 중앙선관위원회도 지난해 8월 이 문제 조항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내며 ‘말과 전화를 이용한 상시적인 선거운동 보장’, ‘유권자가 선거운동 기간 중에 표시물을 지니고 선거운동 보장’등을 제안했다. 공직선거법은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장하는 법으로 바꿔야 한다. 
 
또한 선거권 확대를 위해 ‘18세 선거권’을 보장해야 한다. 18세 선거권은 세계 각 나라가 부여하는 보편적인 참정권이다. 34개 OECD 국가 중에 18세 선거권을 부정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만 18세가 되면 결혼도 하고, 남성의 경우 국방의 의무로 군대에 가야 한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은 판단력이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만18세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촛불광장에 나온 청소년들은 대한민국 주권자로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이미 가장 당당하고 성숙하게 표현했다.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만18세 선거권’ 개정안은 낡은 정치체제를 온존시키려는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개혁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 성장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득권 세력에 막혀 이번 대선에서도 18세 청소년의 선거참여를 보장하지 못해 참으로 안타깝다. 부의 세습으로 금수저가 득세하는 나라가 아니라 공정한 기회와 땀 흘린 대가가 정의롭게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도 18세 청소년의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낳은 불의한 권력의 뿌리인 자유한국당과 같은 기득권 정당이 국회에서 다수당을 독점하고 있는 한 선거법 개혁을 비롯한 수많은 개혁과제가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정당이 지역에 근거해서 국회 의석수를 다수 독점하는 현행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 기득권 정치판을 뒤흔들 선거제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행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지역구 소선거구제이다. 국회의원 300명 중에 253명을 지역구 소선거구제로 선출하고, 비례대표 의석수 47명을 정당득표율에 비례해서 나눈다. 그동안 당선가능성이 높은 거대 정당과 명망성을 가진 인물이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되어 왔고 국회의 거대 양당구조와 승자독식 기득권구조를 온존시켰다.
 
이러한 선거제도는 여성, 청년,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영세자영업자 등 다양한 계층과 사회약자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또한 미래세대와 사회약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탈핵 생태 및 평화, 성평등한 나라 등 다양한 진보적 가치와 정책으로 경쟁하는 소수정당의 성장과 원내진출을 가로막았다.
 
대부분 선진복지국가들은 연동형비례대표제로 국회의원을 선출하여 유권자가 지지하는 정당 지지율만큼 비례하여 국회의석수를 나누고 그 정당의 정책이 정치에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권자는 내가 찍은 표심이 사표가 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 없이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에 마음껏 투표할 수 있다.
 
특정정당의 독주를 막고 다양한 정당이 좋은 정책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도 하고, 서로 경쟁하면서 견제와 감시를 할 수 있다. 유권자가 지지하는 정당과 정책에 비례해서 국회가 구성되고 연합정치가 이루어졌다면 박근혜 국정농단과 같은 사태는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안타깝게도 선거제도 개혁은 단 한 발짝도 진전하지 못했다. 유권자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 국민의 대표성을 높이는 대통령 결선투표제도 도입하지 못했는데, 비록 야당 후보 간일지라도 양자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과거의 대선방식대로 일대일 양자대결로 다수를 얻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내 삶이 바뀔까? 이미 촛불시민이 정권교체를 이루어 놓았는데, ‘이것이 나라다’라는 촛불시민의 근본적인 개혁 열망을 담아낼 수 있을까? 이번 대선은 내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권교체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촛불시민의 개혁요구를 받아 안은 정당의 후보와 정책이 그대로 유권자의 표심이 되고, 개혁정부를 구성하는 동력이 될 때 내 삶이 바뀌는 정권교체가 현실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