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이 학교를 떠나 더 넓은 세상에서 그동안 갈고 닦아온 마음을 훨훨 펼쳐 나갈 겁니다.” 

보통 졸업식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교장 선생님의 축사다. 

꽃다발과 선물을 안아 든 학생들은 활짝 웃으며 교정을 떠나 각자의 세상을 향해 두 팔을 높게 펼친다. 비장애 학교에서의 풍경이다.

그러나 장애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는 상황이 다르다. 졸업식장은 졸업을 해도 갈 곳이 없는 장애자식을 눈물로 바라보는 부모님들의 한숨으로 꽉 찬다. 차마 축하한다는 말도 못하고 가슴 아프게 꽃다발을 전해준다. 서로 갈 곳을 묻고 위안의 말로 축하의 말을 대신한다.

그래도 주간보호센터라도 가게 되는 발달장애인들은 나름 홀가분한 마음으로 학교를 떠날 수 있다. (주간보호센터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20~40대 중증발달장애인들이 낮 시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각자의 재활을 돕고 사회생활을 하는 곳이다.) 어렵사리 주간보호센터를 다니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지만 그것도 잠시, 대부분의 주간보호센터가 이용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5년이란 시간은 아주 빨리 간다. 한 해, 한 해 돌아오는 2월은 두렵기만 하다.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 주는 형편이다 보니 늘 쫒기 듯 살아간다.

졸업이 끝나면 새로운 세상이 시작하는 성인이 되듯이, 발달장애인도 또 다른 시작의 시간이 기다리는 끝을 맞이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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