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과 함께 짓는 마을학교 17, 18]

혁신 발자취가 문화가 될 수 있어야.
 
“그 동안 우리가 잘 해 온 건가요?”
“글쎄요,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지고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학운위 차원에서 혁신1기 정리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네, 선생님... 백서를 만들면 어떨까요?”
“좋아요! 우리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만드는 백서라... 멋지네요”
 
개교한 후에 혁신교육의 철학을 기치로 4년의 혁신학교 1기를 마치는 즈음에 나눈 이야기다. 우리 은빛초는 서울형 혁신학교 제1기로써 2011년 초에 준비하여 3월에 개교를 하였다. 1년차에는 준비기로써 혁신학교의 운영철학을 공유하고 학교시설배치 및 교육과정의 얼개를 마련하는 등 학교교육계획 설명회, 워크샵 및 토론회를 통해 은빛가족들의 ‘행복가꿈’의 보금자리의 큰 틀을 만들었다. 4학기제 정착과 블록수업제, 문예체 및 동아리 활동, 현장체험학습 등을 통한 교과통합학습, 디딤돌 학습 및 배움재 개별 프로그램 적용, 열린 상담실 및 계절학교 프로그램 개발, 우리 땅 밟기 프로그램 시행 등 우리 은빛교육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과정을 확립하기에 이른다. 또한 학부모와의 소통을 위해 학부모회 운영하면서 축제한마당인 아람제, 달빛총회, 녹색장터 등의 많은 활동을 함께 진행하였다.
 
2년차에는 1년차를 성찰하여 좀 더 안정적이고 내실을 기하는 적용기라고 할 수 있다.  진일보한 수업혁신의 문제에 대하여 고민하였고 맞춤형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운영하는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을 적립하고 이를 통해 학부모회와 아버지회의 역할제고와 새로운 사업이 전개되었다. 학부모회에서는 정기적인 녹색장터와 5월에는 ‘우리동네 환경영화제’를 부모와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야간에 진행하였고, 아버지회는 여름방학을 통해 ‘아버지와 떠나는 은빛가족캠프’를 1박2일 가까운 수련원에서 진행하였다. 10월에는 아버지회가 주축으로 학부모회가 결합하는 형식의 ‘우리동네 베짱이 음악회’가 만들어 지고 아버지와 어머니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함께 참가하는 합창 및 연주 등 여러 프로그램을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 
 
 
학운위에 학부모위원 숫자가 많은 학교라니!
 
3년차에는 1, 2차 년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질관리형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등 뿌리를 깊이 내리고 싹을 틔울 수 있는 성장기 또는 발전기로 설정하고 학교문화의 외연을 확장하는 시기였다. 또한 개교 시 입학생들이 중학년인 3학년이 되었고, 아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는 숫자가 늘어나서 일정부분의 성과가 드러나는 시기였다. 또한 한 축으로는 마을과 학교의 새로운 관계 맺기가 시도되었다. 마을이 새로 생긴 뉴타운이라는 것과 9, 10단지로 학구가 한정되어 있는 아파트촌이라서 마을속의 학교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서 논의가 진척되어 지역 커뮤니티로써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혁신학교 학부모 공부모임을 구성하고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취지로 지역의 역사와 생태 탐방을 시작하였다.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주민의식을 가지고 수차례 동네 알아가기 공부를 하였고, 그 과정 속에서 콘크리트 속에 묻혀버린 마을의 역사와 생태적 가치를 발굴하여 현재적으로 되살리기 프로젝트가 실행되기에 이른다. 이렇게 탄생된 것이 ‘금암문화예술제’이다. 학교장을 비롯한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주민으로써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두 달 정도의 준비기간을 갖고 11월에 동네에 있는 금암문화공원 야외에서 아이들이 만들어 동네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동네 축제로써 푸짐한 잔치상이 차려지게 되었다.
 
드디어 서울형 혁신학교1기로 주어진 4년이란 기간의 마지막 4차년도를 맞이하여 새로운 도약을 위한 결실의 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도 혁신학교의 성과 기반을 다지기 위하여 학교운영의 안정화를 기할 시기이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숨 가쁘게 달려 온 혁신학교로써의 실험이 일반화의 모델로 개발하여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그래서 학교운영과 교육과정을 반석 위에 올리고, 그 동안 구축된 학교 문화를 위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의 치열한 성찰의 시간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한 지난 4년을 평가하는 백서 발간과 워크샵 및 평가회를 진행하였으며 새로운 혁신학교2기를 위한 움직임들이 계속 이어졌다.
 
혁신학교 2기의 페달을 밟다
 
“인디언, 진관동 아니 은빛초는 잘 되어가지요?”
“글쎄요... 뭐...그럭저럭, 재밌게 하고 있어요.”
“여기, 마을과 학교 상생프로젝트라는 제안공모가 나왔어요.”
은평마을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아띠센터장이 자료를 내밀었다.
“앗, 우리가 하려고 하는 사업이에요!”
“그러면 사업제안을 한 번 해보시죠?”
 
이제 다시 혁신학교 2기가 새롭게 시작되어 또 4년의 돛을 올렸고 또 2년이 지나고 있다. 어느 정도 학교 문화가 정착되었지만 확장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마을을 기반으로 한 교육공동체 만들기에 대한 고민이 모아졌고, 서울시와 시교육청에서 공모한 ‘마을과 학교 상생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었다.
 
이름하여 ‘검바우마을학교’이다. 그 동안의 혁신학교의 성과를 디딤돌로 하여 마을과 학교를 연계한 교육공동체 운동으로 은빛초 교육철학을 한층 심화 및 확장을 꾀하고자 했다. ‘검바우마을학교’ 프로젝트도 2년의 활동을 마쳤고 이를 통하여 크고 작은 결실이 있었다. 마을과 학교가 결합된 교육과정 운영과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여러 갈래의 무늬를 만들며 마을과 학교의 형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꽃이 숨어 있어도 향기가 나는 울타리 만들기
 
개교 3년차가 되던 해에 학교 후문 앞에 선생님들과 아버지들이 몇 주 동안 직접 삽으로 파서 만든 연못이 있다. 그 곳에 학교숲가꾸기 예산을 후원 받아서 숲을 곁들이니 제법 풍성한 마음의 동산이 만들어졌다. 지금 우리 은빛연못에는 꽃들이 다투어 피고 나무들은 푸르게 하늘을 받치며 커가고 있다. 몸과 마음을 다해서 정성껏 가꾸고 눈길을 보내 주시는 선생님들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이 있어서 생태연못에 깃든 많은 생명들은 다양함 속에서 건강하게 어우러지며 잘 자라나고 있다. 이 작은 연못에서 배운다. 이 속뜻은 우리 은빛초등학교의 현재의 다양성이 존재하는 모습이고 우리아이들의 푸른 미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고, 이 모습을 잘 가꾸는 것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일원으로써의 책임이자 자랑이다.
 
혁신학교는 배우는 아이들과 가르치시는 선생님들 뿐 만 아니라 학교 울타리를 넘어서 서울교육의 숨 쉴 수 있는 허파가 되어야 하고, 교육에 지쳐있는 부모들을 넉넉히 받아 줄 지역공동체로써의 품 너른 너럭바위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학교교육에 동참하고, 학부모이면서 주민으로써 함께 아이를 키워나간다는 마음으로 동네학교로 인식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서로에게 위안을 주며 천천히 아이들을 지켜보아줘야만  높은 사교육 열풍을 빗겨 나갈 수 있으며, 악명이 높은 아파트촌의 교육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조급함이 잦아들 수 있다. 어디서 핀들 꽃이 아니겠으며 늦게 피어도 우리 아이들 모두는 아름답지 않은가? 또한 꽃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그 향기가 나지 않는 것이 아니 듯, 부모가 주민이 되어 함께 마을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구석구석에서 자유롭게 자라나고 꽃 피울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혁신학교로써 미래로 가는 제대로 된 교육 철학과 학교 문화를 찾기 위해서 동분서주해 주신 훌륭한 선생님들이 안계셨다면 우리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과 학부모들의 행복한 학교 만들기는 존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이 행복하고, 내일을 함께 꿈 꿀 수 있다. 혁신학교로써 구성원들이 많은 노력과 기회비용을 지불하였지만 그 만큼 혜택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고민하는 시점이 있다. 혁신학교였기에 우리 학부모만 누린 행복감, 우리 아이들만 누릴 수 있었던 좋은 교육적 기회를 이웃 학교, 서울교육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대한민국 모든 교육에 실현되기를 바란다. 우리 은빛학교 교가는 공모를 통해 재학생이 작사를 했는데, 그 속에 ‘함께 배우고 씩씩하게 자라서 널리 나누자’라는 노랫말이 있다. 전우익선생의 말씀대로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혁신학교의 성과를 함께 나누어 널리 공유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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