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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의 멘토 ‘호세마리아신부의 생각’은평 사람들의 내 인생의 책 ③
  • 민앵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승인 2017.03.03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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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과 상담하다

명사들만 쓰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런 지면을 주시다니요. 심지어 인생의 책이라니…

저는 책을 잡다하게 읽습니다. 조금 실용적으로 읽는 편입니다. 2010년경이던가, 머리맡에 그 해 읽은 책 30여권이 쌓여 있었습니다. 식구들이 답답하다고 치우라고 하는데 저는 치울 수가 없었어요. 1년이 지나서야 책꽂이로 이동했지요. 스캇펙이나 어빈 얄롬, 로버트 존슨, 헨리 나우웬, 안젤름 그륀 등이 쓴 마음의 치유를 위한 책들이었는데 그만큼 해결하고픈 질문이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가 현재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이미 누군가 훨씬 더 깊이 있게 고민하고 글로 남겼다는 것은 정말로 감사한 일입니다.

2012년 살림의료협동조합이 창립되고 나서 이사장이 되었습니다. 아이코, 이제 어떻게 하지? 덜컥 일을 맡았으니 고민이 많았습니다. 협동조합은 뭔가, 왜 만들었나, 어떻게 운영해야 되는가? 고민은 커져만 가고 이 때 의지가 되어 준 책이 협동조합의 바이블이라고 하는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레이드로 보고서’였습니다. 살림의료협동조합이 6년차에 들어가는 지금은 다른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읽는 책도 달라집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몬드라곤협동조합의 바이블이라 할 ‘호세마리아신부의 생각’입니다. 

창립 이전에 3년을 준비했고 창립이후 3개의 사업소를 만들고 조합원이 2,000명 넘기까지 치열하게 앞장 서 달려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물결에 동의하고 합류한 조합원들이 있구요. 시간이 가면 조직은 변하게 마련입니다. 승자와 패자가 없는 새로운 사회의 룰을 만들고 싶었고, 사익을 추구하지 않아도 잉여가 남는 경제조직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초심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초기 창립자뿐만 아니라 2,000번 이후의 조합원들도 공유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다시 묻게 됩니다. 우리는 협동조합을 왜 만들었을까? 어디로 나아가야 하나? 이런 고민을 ‘호세 마리아 신부’와 함께 나누어 봅니다.      

몬드라곤에서 배우고 싶었던 것

2015년 10월 한국사회적기업흥원 주최 스페인 몬드라곤연수를 갔습니다. 조직이 커지고 시간이 흐르더라도 ‘초기 정신을 간직하면서도 유연하고 강한 조직’으로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데 몬드라곤이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한편 몬드라곤의 창시자인 호세마리아신부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신부는 어떤 세상을 꿈꾸었을까? 전 세계 261개의 회사와 노동자 74,355명(2016년말 현재)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지금도 그의 정신은 계승되고 있을까? 

3박5일간의 짧은 연수 끝에 마리아신부 기념관을 탐방했습니다. 3평 남짓한 기념관 한 구석에 그가 남긴 자전거와 안경이 정갈하게 있었습니다. 보는 순간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지금도 그는 살아있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선물로 호세마리아신부의 ‘Reflections’이라는 손바닥만한 책을 받아들었습니다. 가슴이 뛰었습니다. 다행히도 두 달 후에 이 책이 한국말로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아시다시피 몬드라곤 지역은 험한 산악지역입니다. 신부가 이 곳에 왔을 때 너무나 가난하고 먹을 것도 없어서 비참했다지요. 아이들을 모아 축구를 하고, 거기서부터 교육이 시작되어 실력은 닦았는데 취업은 안 되었답니다. 그래서 아예 회사를 차린 것이 최초의 협동조합 울고(ULGOR)가 되었다는 겁니다. 이런 때에 마리아신부는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까요? 사람들은 늘 희망만 주는 것도 아니고 경쟁적인 세상은 엄혹하니까요. 이 책은 마리아신부의 인간과 사회와 기업에 대한 성찰을 무려 548개나 모아놓았습니다.

호세 마리아신부에게 협동조합을 배우다

1부는 인간과 사회 2부는 노동과 협동조합 기업에 관한 성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가 바란 것은 지적이고 자유로운 시민들의 풍요로운 삶이었습니다. 인간이 먼저이고 협동조합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는 한결같습니다. 읽다보면 때로 감동하고 때로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살림의 임직원, 전국의 1만개가 넘는 협동조합의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특히 일선에서 수고하는 직원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고맙기도 하고 짠하기 그지없습니다. 때로 조합원들이 더 지적이며 책임적이며 자유로운 시민들로 성장하도록 어떻게 도울까를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협동조합은 우리가 가진 세상에 대한 낙관과 긍정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길에 먼저 나선 호세 마리아신부님과 생각을 주고받노라면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 방안과 행동은 지금 우리의 몫일 따름입니다. 몇 가지 소개하고 글을 맺겠습니다.

- 협동조합의 이상은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후략...030
- 세계는 묵상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대상이다....후략...043 
- 민중이 진정한 생명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징후는 개선을 위한 의지와 모두의 공통문제로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이다. 259
- 노동을 한다는 것은 매우 소중하다, 하지만 노동이 과도해지거나 분노의 원천이 되면 노동하는 이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없다. 273
- 진정한 연대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려면 각자가 공동의 요구에 무엇을 기여하는지 검증하면 된다. 각자가 조직에 요구하는 것, 조직을 통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검증하면 안 된다. 336
- 오늘 날 혁명의 이름은 ‘참여’이다. 362
- 모두가 의견을 낼 수는 있다. 그러나 행동할 수 있는 이들은 바로 국가를 세울 사람들이다. 407
- 경영자들과 노동자들이 현재의 사고방식과 경영방식을 철저하게 수정하지 않고서는 광범위한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데 기여할 적절한 경영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451

민앵 /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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