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게를뢰프의 동화 <진홍 가슴새>를 읽고

서로 기대어, 불꽃이 핀다.
꽃등인양 점 점 점
차디찬 돌바닥 광화문 거리에
가시 박힌 잿빛 새 한 마리 들어
겨울 동백 숲으로 무성하게 점등을 하고.
다시 광화문 광장에서 날지 못하는 새여
목 놓아 울지도 못하는 새여
숲속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새여
가시 박힌 진홍빛 새가 되어
가슴을 태워 촛불의 숲으로 서고.

서로 기대어, 불꽃이 일렁인다.
날개쭉지 꺽은 새 한 마리 들어 사각형 대열로 전진을 하고.
제 스스로 목울대를 자른 새는
광장의 어둠을 사위어
후끈거리는 해 하나를 건져 올린다.
다시 광화문 광장에서
가시관을 쓴 민주주의여
붉은 꽃울음을 틔우는 동백이여
밤새 돌아가지 못하는 촛불이여
광장을 떠받치는 골목골목이 되어
함성을 키워내는 선홍빛 풍랑으로 서고.

광장이 피어난다.
미래로 가지 못하는 거리에서
어린 새들은 스스로 쪽배를 띄우고
응고된 피울음을 꺼내들고
목울대에 불꽃으로 피워낸다.
종이컵만큼 어둠을 나뉘어 들고
차벽을 넘어 겨울을 사른다.
가시면류관을 쓴 채
서로 기대어, 불빛을 건네주는 이들은
훈장처럼 진홍가슴새처럼
진홍빛 가슴을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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