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생태교육센터 김미라 센터장이 전하는 관찰과 애정의 방정식

"어머나!" 
"논에서나 있던 풍년새우가 텃밭 흙에서 나왔어요!" 
 
일 년 동안 관찰한 흙에서 특이한 생물을 발견하자 아이들과 선생님은 일제히 흥분했다. 그때부터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가 폭발적으로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책을 뒤지며 열심히 관찰했고, 벌레만 보면 도망치던 선생님은 흙을 보러 일주일에 두세 번 다녀갔다. 아이들은 이 사례를 학예회 때 발표했다. 김미라 씨가 일본의 초등학생들과 생물의 서식공간을 연구하다 겪은 일이었다. 물푸레생태교육센터 김미라 센터장은 이때의 경험을 시작으로 생태교육으로 가는 첫걸음을 열었다.   
 
"새로운 걸 보여주기보다 아이들이 같은 장소를 꾸준히 보며 변화를 느끼기를 원했어요. 자연이 스스로 변하는 걸 아이들이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좋아 시작한 생태교육
 
사실 김미라 씨가 교육에 관심을 가진 건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대학교 때부터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대학원에서도 일본의 초등학생들과 생물서식환경을 연구했다. 자신의 연구를 교육적으로 풀어보고 싶어 생태공부방이 있던 생태보전시민모임 활동에 참여하다 생태환경에 눈을 떴다.  
 
"서울의 작은 산과 습지를 조사하러 다녔어요. 연구소에만 있다 산과 들로 다니며 양서류나 식물을 직접 보니 신기하고 새로웠어요."
 
환경단체인 생태보전시민모임 사무실은 마당도 있고 숲과 물도 있어 텃밭이나 연못을 만들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여기서 <숲속자연학교>를 진행하며 아이들과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을 관찰했다. 연구자로 시작했지만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는 환경을 유지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여겨 습지생물을 지키는 일에도 힘을 쏟았다. 그 당시 진행했던 ‘맹꽁이 구출작전’은 건강한 생태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지난한 과정이었다. 
 
"은평뉴타운이 개발될 때 많은 습지가 사라지게 되었어요. 습지는 수많은 생물이 거주하는 집입니다. 생태보전시민모임이 나서서 습지와 멸종위기생물을 보호하려고 움직였어요. 멸종위기 보호종인 맹꽁이는 서식환경 변화에 취약해요. 습지가 없어져 죽을 위기에 있던 맹꽁이를 바게쓰에 담아 이주시키는 일을 일 년 동안 매일 아침마다 했어요."
 
관찰로 눈을 뜨고 발견으로 풍요로워진다
 
생태교육을 하는 김미라 씨가 특히 애정을 가지는 일은 아이들과 하는 관찰이다. 숲속자연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산에서 만난다. 숲을 천천히 걸으며 눈과 귀를 열고 손으로 만지고 발로 헤집으며 다닌다. 물을 만나면 물속에 들어가고 열매를 찾으면 씹고 냄새 맡고 삼켜도 본다. 오감으로 숲을 겪는 아이들은 새를 보면 같이 울고 벌레를 만나면 그 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지켜본다. 
 
"아이들에게 참새를 그리라고 하면 의외로 잘 그려내지 못해요. 지나쳐 보기는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기 때문이에요. 아이들과 관찰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늘 다니던 길에 도토리 싹이 움트는 걸 본 아이에게 길은 어제의 그 길이 아니다. 생명이 시작되는 길이다. 잎이 돋고 줄기가 나는 과정을 꾸준히 본 아이는 작은 씨앗도 생명의 법칙에 따라 나고 지는 걸 안다. 풍부한 아이의 감성은 이런 데서 피어난다. 숲의 다양한 생명은 자세히 보면서 발견한다. 숲속 생물과 가까워지며 함께 사는 조화로움도 배운다. 관찰과 발견은 자연의 풍요로 들어가는 문이다.  
 
천천히 오래 보면 애정이 생긴다
 
거기에 덧붙여 김미라 씨는 지역이나 동네도 오래 보면 애정이 생긴다고 한다. 몇 차례 생태 관련 책을 번역한 김미라 씨는 최근 동네를 지속적으로 관찰한 경험이 담긴 책을 번역·출간했다. <지역생태활동가 도코로지스트 이야기>는 아이들과 숲속 생물을 관찰했던 김미라 씨의 활동과 맥락이 같다. 동네의 산이나 하천, 마음에 드는 장소를 천천히 걸으며 지속적으로 보다보면 눈에 띄지 않던 것이 나타난다. 관찰하고 기록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보이지 않는 게 모습을 드러낸다. 집 앞의 나무든 골목이든 좁은 물길이든 자세히 보면 관심이 생기고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된다. 내가 사는 지역과 동네에 애정이 피어나는 시작은 지속적인 오래 보기에서 비롯한다.
 
꾸준한 관찰이 새로움을 낳다
 
생태보전시민모임의 실무자로 근무했던 김미라 씨는 온라인카페에 자신의 별명을 딴 ‘도토리일기’를 개설했다. 아이들과 숲에서 본 것, 있었던 일, 발견한 내용을 꾸준히 카페에 올렸다. 도토리일기는 많은 회원의 호응을 얻었다. 도토리일기를 중심으로 회원들이 모였고, 어머니 회원들은 아이들과 숲에서 노는 󰡐숲동이󰡑모임을 꾸렸다. 김미라 씨가 꾸준히 올린 일기는 공감과 열망을 거쳐 새로움을 낳았다. 보이지 않던 것이 드러난 것이다. 가치를 지속하게 만들었고 한 단계 성장하게 했다. '숲동이' 모임의 아이와 엄마는 지금도 숲을 천천히 걸으며 다양한 생명을 느끼고 여태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한 기쁨을 카페에 올린다. 도토리일기의 관찰은 숲동이 모임을 불렀고 지속하게 한 마중물이었다. 관찰은 확장되었고 발견의 기쁨은 오늘도 숲에서 계속되고 있다.   
 
자세히 보면 모습을 드러낸다
 
아이들과 산을 자주 오르는 지인이 말했다. "올해 봄에는 생강나무에 꽃이 늦게 피었어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신기해서 물었다. "숲은 한 달만 가도 변화를 알 수 있어요. 꾸준히 보면 저절로 보여요."
 
오래 보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꾸준히 보면 관심이 생긴다. 자세히 보면 함께 사는 다양한 생명과 마주한다. 우리가 오래 보고 자세히 보고 지속적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나와 우리와 그들이 같이 사는 환경은 인간도, 벌레도, 꽃잎도, 맹꽁이도 함께 만들어가고 있음을 오래보고 자세히 보면 저절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물속에 있든 물 위에 있든 따뜻한 피돌기와 공기 순환을 하는 생명이 함께 숨 쉬고 있다. 그들은 내 옆에 있다. 오래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모습을 드러낸다. 꾸준히 보는 일은 알고 사랑하기를 소원하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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