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이 정치가 무엇이냐고 스승에게 물었다.스승은 “군사력 경제 백성의 신뢰“라고 대답했다 그중 부득이 하나를 버리라면 무엇을 택해야 합니까? 자공이 물었다 “군사력을 버려라” 스승이 대답했다 그다음 또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택해야 합니까? 자공이 또 물었다 “경제를 버려라” 스승이 대답했다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정부는 제대로 설수 없나니.” -  논어(論語)의 안연 편(顔淵篇)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한자성어는 바로 여기서 나온다. 나랏님이 포악하면 온 나라에 도적이 들끓는다는 불경의 표현도 있다. 나름 해먹을 위치에 있는 정도의  사람이면 적어도 한 두건씩은 해먹어야 정상이 아닌가 싶게 신뢰를 잃어버린 세상. 이 포악한 세상의 종지부를 찍는 이는 역시 사람이다. 2016.11.26.일은 광화문 광장에 첫눈 내린 날이다. 세월호 아이들이 목숨으로 열어준 시민의 광장에 나가면서 어느 시인이 전해준 말을 곱씹었다. “눈꽃 혁명”. 세계 민주주의사에 길이 남을 이 혁명을 그렇게 이름 짓자는 말 이었다. 

그날 150여만개의 촛불이 눈꽃송이처럼 광화문 광장을 일렁였다. 그 다음주인 12.3일엔 230만개의 촛불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눈꽃혁명을 통해 새로운 날들의 기약을 만들어 간다. 나는 신뢰할 만한 사람인가를 스스로 질문하는 일은 어리석다. 당연히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스스로 판단하는 일도 어리석다. 자신들의 모습을 거울에서만 보려했던 이 불쌍한 권력은 그렇게 끝이 난다.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찾았어야 했다. (無監於水  監於人-墨子). 은평 시민 신문 협동조합 3년을 보냈다. 이제 4년차다. 한때는 조합원 구독자를 한분한분 모시는 재미로 보냈지만 들려오는 주변의 비판에 마음 쓰렸다. 그러나 “괜찮다 괜찮다” 하며 서로를 다독이고 살았다. 그게 마을이고 동네 아닌가. 동네 사람들 아닌가. 누군가를 “죽임”이 아니라 누군가를“살림”의 행위로만 살아야 한다. 은평 이란 마을의 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이유가 있는 새날을 맞고 싶다는 바람은 결국 사람들에게 비쳐진 “우리”의 모습을 통해 규정된다는 사실이 다시 새롭다. 2017년 새해에도 은평의 골목에 눈발이 날린다면 종일 걸으며 눈꽃송이를 맞고 싶다. 눈 알갱이의 숫자를 헤아리며 꼭 그만큼만의 희망을 품고 싶다. 남다른 재주는 없어도 “우직함”이란 말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리의 동지들, 은평마을 사람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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