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 때문에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한 여인은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라고 5년 기한으로 잠시 빌려준 권력을 마치 제 것처럼 친구에게 양도해주었고, 여인의 친구인 다른 여인은 친구에게 빌린 권력을 이용해서 자신이 사리사욕을 챙겨 온 것이 탄로가 났기 때문이다. 권력의 주인인 국민은 거리로 뛰쳐나와 빌려준 권력을 회수하기위해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망가져있는 줄 미처 몰랐다면서 부끄러움을 넘어 모멸감으로 분노한다.

나도 주변 사람들의 정서에 공감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지난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한 장 한 장  쌓아 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토대가 참 튼튼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친분이 있는 친구에게 권력을 조금 나누어 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녀는 친구가 대통령이 되는 데 많은 공을 세웠다. 게다가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머리 숙여 사과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지금 그 대통령과 친구에게 잘못을 묻고 권력을 회수하려 하고 있다. 대통령 친구에게 빌린 권력으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운 여인은 감옥에 갈 것이고, 대통령도 모든 것을 잃고 쫓겨나거나 감옥에 갈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피땀으로 만들어 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힘이다. 

입시부정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

서울시 은평구 은평뉴타운에 하나고등학교가 있다. 사기업인 하나금융그룹이 2010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시절 온갖 특혜를 받고 개교한 사립고등학교다. 세상의 관심이 온통 두 여인에게 쏠려있을 때 하나고등학교에서 전경원 선생님이 쫓겨났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거리로 내쫓았을까? 

하나고등학교가 이야기하는 해직사유는 전경원 선생님이 학교장의 허락을 받지 않고 외부강연을 했고 강연내용 가운데 학생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교사로서의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사립학교에서 교사를 내쫓을 때 써 먹던 너무 뻔하고 흔한 변명이라 참 식상하고 성의 없는 답변이다. 하나고에게 물어보자. 그러면 선생님이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외부강연을 했다면 내쫓지 않았을까? 

실상은 이렇다. 하나고는 남학생입학 비율을 높이기 위해 남학생에게 보정점수를 주는 방법으로 지난 3년간 90명의 학생을 부정입학 시켰다. 하나고에 지원한 90명의 학생이 입학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입학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했다는 말이다. 이건 명백한 입시 부정이다. 하나고로서는 꼭꼭 감추어 놓고 결코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은 실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입시부정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외부에 이 사실을 알렸다. 하나고로서는 자신의 치부를 세상에 알린 선생님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교장의 허락을 받지 않고 강연에 나가서 교사로서의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수년간 수십 명의 학생이 입학에서 차별을 받게 만드는 하나고의 추한 맨얼굴을 외부에 알린 행위로 쫓겨난 것이다. 

사립학교는 청와대보다 더한 무법지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진 대통령도 한 번 잘못하면 바로 권력을 회수당하는 대한민국에 민주공화국 헌법정신의 지배를 허락하지 않는 치외법권 지역이 있다. 바로 사립학교이다. 학생들이 미래의 꿈을 키우는 공적인 역학을 해야 할 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  온갖 비리를 저질러도 대개의 경우 처벌받지 않거나, 저지른 잘못에 비해 아주 약한 처벌을 받는다. 그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똑같은 방법으로 부정을 저지른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사립학교 재단의 의도를 실행하는 손발의 역할은 맡게 된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교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사립재단에 저항하거나 징계 받고 학교에서 쫓겨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교사가 사립학교 재단이 저지르는 비리에 눈감지 못하고 해결하려고 저항하다가 불이익을 당하거나 쫓겨났다. 하나고 전경원 선생님도 그런 수많은 교사 가운데 한 분이다.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은 더 크고 오래가는 민주주의의 집을 어떻게 지을 지 고민 중이다.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그 고민은 오로지 집주인인 국민 몫이다. 어찌 보면 이게 다 최와 박 두 여인 덕분이다. 우리가 지을 새로운 민주주의의 집에는 사립학교도 포함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더는 사립학교가 학생들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아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 교육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마음이 흔들려서 양심선언을 하다가 쫓겨나는 교사는 전경원 선생님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무엇보다 전경원 선생님이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지 않고 하루 빨리 아이들이 기다리는 하나고로 돌아가 교사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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