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과 함께 짓는 마을학교 14]

▲윤호섭 교수의 '환경속의 미술'
내 곁에도 예술이 살고 있던가? 도대체 꿈 많은 시절에 꿈과 함께 자라던 예술이라는 친구를 어디쯤 놓아 버리고 온 걸까? 다시 두 팔을 벌리고 그를 기꺼이 내 일상으로 초대하여 맞이하기로 했다.
 
주변에는 ‘예술’이라고 하면 막연히 아스라이 먼 나라의 이야기 같다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럴까하고 생각해보니, 어릴 때부터 지니게 된 편견 때문이다. 예술이라는 분야는 생산과 소비가 일부가 향유하는 소수의 것이라는 인식과 일상성과 분리된 시공간에 존재한다는 오해 때문이기도 하다.
 
예술적 삶은 일상성에다 예술을 보태거나 더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생활 속에 깃들어 있는 예술이라는 실체를 건져 올리는 작업이다. 나의 생활에 덕지덕지 꼬깃꼬깃 묻어서 따라다니는 그 조각들을 생각이라는 틀 속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차곡차곡 정리하여 내 속에서 따뜻하게 보듬는 일이다.
 
가만히 마음의 서랍을 열어보자. 잘 정돈되지는 않았지만 예술이라는 말캉한 조각들이 갈래도 없이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어느 장르인지 무슨 형태인지 분류되지 않은 채로 꼬리표도 없이 헝크러진 모습으로 쌓여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동네 인문학 프로젝트는 이름하여 ‘생활의 발견, 내 인생의 예술은?’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수없이 많은 예술을 소비하고 산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서랍을 열어서 호명하고 정리해보는 것이 목적이다. 예술이라고 하여 그리 거창한 일도 아니다. 그리 고급스러울 필요도 없이 남루한 일상이 지친 일상이 배어나오는 생활 속의 예술학인 것이다. 우리가 다시 생각하게 되는 예술이 삶속에서 혈관을 타고 흐르게 하고 마음의 근육이 되었으면 한다.
 
4개월의 예술여행을 떠나다.
 
▲김성수 교사의 '박수근 미술관 탐방'
“인디언, 예술? 너무 난해한 여행 아닌가요?”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데 예술로 놀자구요?”
...라면서 갸우뚱거리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저런 건데... 너무 무거운 주제인가요?“
“뭐...이야길 들어보니 가볍네요! 몇 그램(g) 짜리인가에 따라!"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될 것 같네요. 좋아욧!”
하는 반응까지 각양각색 울긋불긋 하였다.
 
은평시민대학의 진관캠퍼스라는 이름으로 총 7강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아버지회 PD와 은빛초 교사들로 구성된 기획단에서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를 찾아서 내용과 강사진을 구성하게 되었다. 문화예술 전반의 맥락을 짚어보고, 문학, 음악, 영화, 연극, 미술 등으로 내용을 꾸리고 진관동 주민, 은평학부모네트워크 회원, 은빛초와 북한산초 학부모 및 교사 등으로 수강 신청이 완료되어, 드디어 4개월의 예술여행을 함께 떠나게 된 것이다.
 
강의 형식은 먼저 초대 강사의 본인의 예술장르별 삶을 이야기하고  그 다음에 강사와 수강생들이 함께 그 주제에 맞는 자기 이야기 나누기를 하는 것이다. 미리 장르와 주제에 맞은 자기 예술적 기억과 노래, 시, 영화, 연극 등을 하나씩 준비해 와서 함께 추억을 나누는 일이다.
 
함께 타고 가는 예술이라는 기차여행
 
▲김태은 교사의 '내 인생의 예술문화파티'
첫째 시간은 ‘내 인생의 시는?’ 이었다. ‘문학을 통해서 본 관계의 숲’이라는 주제를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정희성 시인을 모시고 진행하였다. 초대 시인의 시적 삶과 시 낭송으로 열고, 수강생들이 준비해 온 시를 낭송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둘째 시간은 ‘내 인생의 문화는?’ 이었다. ‘대중문화를 통해서 본 우리 시대의 삶’이라는 주제로 대중문화평론가이신 김창남 교수와 함께 코흘리개 시절인 60~70년대(그 후 출생하였거나 너무 어려서 기억조차 없는 수강생도 있었지만...) 우리의 대중문화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셋째 시간은 ‘내 인생의 영화는?’ 이었다. ‘영화에서 세상읽기’라는 주제는 <이소선 어머니>로 알려진 다큐멘터리 영화감독(본인은 극구 영화활동가라고 하였지만...)인 태준식 감독을 초청하여 짧은 다큐 한 편을 감상한 후에 영화를 통해서 본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넷째 시간은 ‘내 인생의 노래는?’이었는데 ‘생활 속에 스민 노래’라는 주제로 이지상 가수 겸 작곡가를 초청하였다. 우리 동네에 함께 살지만 주서식지(?)는 전국적인 이 가수는 어릴적 기억이 어떻게 노래가 되고 가사가 되는지를 본인의 삶을 통하여 풀어주었다. 
 
다섯째 시간은 ‘내 인생의 연극은?’이라는 내용이었는데, 대학로로 가서 연극을 관람하고 토론하였다.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을 함께 관람한 후에 대학로 맥주집에 자리를 잡고 이번 주제에 맞는 자기만의 연극의 기억을 나누면서 추억하는 시간이 되었다.
 
여섯째 시간은 ‘내 인생의 환경 또는 미술은?’이라는 주제로 그린디자인 작업으로 잘 알려진 윤호섭 교수를 모시고 ‘우리 사는 시대의 환경문제와 디자인 작업’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직접 티셔츠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며 아이들도 함께 참여하는 시간으로 꾸리게 되었다.
 
드디어 마지막 시간! 진짜 예술여행을 떠났다. 1박2일로 첫날은 미술 여행으로 강원도 양구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 이튿날은 문학 여행으로 인제에 있는 <만해 문학관>을 답사 하였다. 
 
내 인생의 예술을 가만히 불러보다
 
모든 일들이 시나리오처럼 잘 되지는 않지만, 이 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우리 여행은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이었다. 처음에는 기찻길인지 알았더니 작은 농로를 조심조심 운전해 가야했다. 이 바쁜 일상 속에서 모두들 결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고, 매주 숙제처럼 부여되는 이야깃거리인 내 인생의 시 한 편, 영화 한 편 등은 아차 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워크숍을 겸한 마지막 날은 모두들 가슴이 촉촉해져 있었다. 이 여행을 마친다는 아쉬움보다는 그를 만나서 뿌듯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자기마다 자기만큼의 감동을 채우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어지럽게 나뒹굴던 어휘들을 잘 다듬어 온 시간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또 한 편의 예술을 우리 손으로 만들기로 하였다. 
“그래요, 함께 만들어 봅시다. 마을 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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