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두 동 때문에 아이들이 원거리 통학하게 되면 안된다

 

올해 봄 처음 응암2구역 재개발지역에 중학교 부지를 없앤다는 은평시민신문의 기사를 접했을 때는 믿기지가 않았다. 교육청이 학교를 세우려고 노력해야하는데, 오히려 원래 계획했던 학교를 없애려 한다니. 원래 계획한대로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면 용적률이 올라가고, 사람들이 많아지고, 학생들도 늘고, 그러면 당연히 학교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하여 학교를 원래 설계계획에 넣었을 텐데. 계획이 바뀐 진짜이유는 무엇일까.

서부교육지원청에서 지난해 5월 녹번역 인근 응암2구역 재개발지역에 이름까지 ‘응암중학교’라고 지은 학교부지를 백지화 하겠다고 의견을 냈다. 학교 부지를 없애고 아파트 두 동을 더 짓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올해 3월 구의회를 통과했고, 구청과 서울교육청에서도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다. 올해 7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앞두게 됐고, 은평의 시민사회, 노동, 진보정당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생각하여 대책위를 구성하고, 투쟁에 돌입했다.

입시부정 하나고등학교와 급식비리 충암고등학교가 있지만 교육혁신지구인 은평구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서부교육지원청이 앞장서서 학교를 없애는 일이 생긴 것이다. 재개발 때문에 교회가 쫓겨나고, 구청 앞 철거민 농성이 1년이 다 되어 가고, 자살하는 조합장이 생기고, 비리 때문에 재개발 사업체가 바뀌는 은평구의 재개발지역에서 학교 부지를 없애려는 것이다. 교육과 재개발의 이익 중에 무엇이 중요한지 시험대에 올랐다.

7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응암중 백지화가 최종 결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평구 내에 현수막을 달고, 아침에 녹번역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했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관심을 보였고, 인근 주민들이 재개발조합과 서부교육지원청, 구청이 추진하는 불순한 일을 알게 됐다.

은평학부모네트워크에서 제안한 ‘응암중학교 신설 백지화 이대로 좋은가’ 긴급토론회에 은평초, 녹번초 학부모와 학생들이 다수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서부교육지원청은 학령인구의 축소를 중학교 백지화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긴급토론회에 참가한 노동당 서울시당 김상철 위원장은 은평구의 학령인구의 감소폭이 다른 구에 비해서 2배 이상 높은 것은 동시다발적으로 은평 곳곳에서 진행되는 재개발사업 때문인 것이고, 일반 주택을 아파트로 세우는 경우에는 당연히 학령인구가 늘어난다고 보아야 한다며 서울서부교육지원청의 주장을 일축했다.

서부교육지원청은 이후에는 학교부지가 좁고, 경사가 가팔라서 학교를 지을 수가 없다고 했다. 대책위에서도 학교가 좁고, 경사가 너무 가파르면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그래서 대책위에서는 직접 건축사와 함께 학교 부지를 찾아가서 살펴보았다. 건축사는 다른 일반 학교부지 보다 좁기는 하지만 학교를 지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며, 경사도 그렇게 가파르지 않아서 학교를 충분히 지을 수 있을 정도라고 말을 했다. 서울서부교육지원청은 재개발지역에 학교를 짓지 않기로 결정을 한 후에 근거를 계속 찾고 있는 것으로만 보였다.

녹번역 주변에 있는 은평초등학교 작년 졸업생은 작년에 16곳의 중학교로 진학했다. 녹번초등학교 작년 졸업생은 18곳으로 진학을 했다. 녹번역 인근인 응암1·2·3동,녹번동에는 영락중학교, 충암중학교 밖에 없는 것이고, 대부분 은평의 서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녹번역 인근의 중학생들은 원거리 통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인근에 원거리 통학을 하는 학생은 현재 1000여명에 해당되고,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녹번역 인근 응암동, 녹번동 재개발이 완료되면 500여명 정도 중학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그나마 해결하는 것이 지금 얘기가 되고 있는 응암중학교 신설이다. 서울시는 ‘2025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서 OECD 기준에 맞춰 통학거리를 500미터 내로 정했다. 걸어서 학교에 갈 수 있는 거리마다 중학교가 있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려면 지금의 1000여명 아이들의 원거리 통학문제도 해결해야 하며, 500여명 학령인구 증가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응암중 백지화 반대 대책위원회는 꾸준히 온 힘을 다해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위원회의 최종결정은 7월 회의에서 보류결정이 나면서 한 달, 한 달 미뤄지고 있다. 또한 대책위는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은평구청, 교육청, 녹번역 앞에서 계속 응암중 백지화 저지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세 번 정도 대책위와 서부교육지원청, 서울교육청 담당자들과 면담을 진행했고, 우리의 뜻을 전달했다.

이제서야 은평구청장도 “아이들의 통학거리는 중요하다” 하고, 구의원도 구의회에서 학교설립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서울교육청도 주민과 협의를 이야기 한다. 우리는 지금 교육이 우선이냐, 재개발의 이익이 우선이냐 묻고 있는 것이다. 대책위는 사람 잡아먹는 재개발의 악다구니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아침잠과 교육의 희생을 막아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고,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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