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천만이 사는 서울에는 남산, 관악산, 아차산, 인왕산, 일자산 등 크고 작은 산들을 끼고 도심이 발달해왔다. 은평구도 북한산을 비롯해서 봉산, 이말산, 앵봉산, 백련산, 비단산 등 도심 속에 작은 산들이 존재하고 있다. 도심 속 작은 산들은 우리 삶에 밀접해 있으면서 개발과 훼손의 위험이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은평구에 위치한 작은 산들을 이야기하며 도심 속에 작은 산들의 의미와 가치를 생태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우리의 삶으로 이야기 하려한다. <편집자주>

 
은평구에 위치한 봉산은 도심 속 작은 산이지만 구산동, 신사동, 증산동, 수색동에 걸쳐있는 산으로 은평구 내에서는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산이다. 207.8m 높이의 산 정상에서 좌우로 산새가 펼쳐져 있는데 마치 봉황과 같다하여 봉령산(鳳嶺山)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현재 불리는 봉산은 조선시대에는 봉수대가 있어서 봉화 봉(奉)을 써서 봉산이라고 유래가 전해진다. 
 
봉산은 동네의 작은 산임에도 비교적 다채로운 숲 생태계를 볼 수 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팥배나무 군락지를 비롯해서, 덜꿩나무, 작살나무, 누리장나무, 가막살나무, 참나무, 청단풍, 리기다소나무, 야광나무, 국수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보인다. 또한 그령, 고마리, 개여뀌, 강아지풀 닭장풀, 쇠무릎 등이 보이고 이외에도 외래종인 울산도깨비바늘, 미국자리공, 백령풀, 돼지풀, 서양등골나물등이 곳곳에 볼 수 있다. 
 
곤충류 중에서는 최근 전국적으로 농경지와 산림에 무차별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는 미국선녀벌레가 매우 번성하고 있다. 미국선녀벌레는 봉산 전 구간에 걸쳐서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된다. 미국선녀벌레는 노린재목 매미아목 선녀벌레과의 곤충이다. 원산지는 북미대륙과 유럽 일대이다. 갈색날개매미충처럼 기주식물의 수액을 흡수해 고사 시키거나 왁스물질을 배출해 식물의 생장을 막고 감로로 그을음병 유발시키는 등 피해를 입히며. 현재까지 국내에는 천적이 없는 상태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는 기생봉(집게별류)가 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외래종인 새로운 천적의 도입은 우리나라 토착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위해성이 존재하기에 조심해야 한다. 미국선녀벌레는 기주범위가 넓으면서도 집합성이 높아 약재 방제가 편리하다 또한 약제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 방제의 효율성이 높으나 확산성과 이동성이 좋아서 효율적인 방제가 어렵다. 성충이 고작 5mm 내외로 사람이나 차량 등에 붙어서 단시간에 멀리 확산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전국적인 피해가 관찰되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약제에 대한 방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2000년대 중반 과수나무를 중심으로 피해를 일으킨 꽃매미(前 주홍날개꽃매미)도 확산일로를 걷다가 한파로 인해 월동에 한차례 실패하고 이후 약제방제 및 잠자리, 사마귀, 쌍살벌, 거미 등 포식곤충이 천적으로 안착되며 개체수가 조절되었다.
 
지금 당장의 피해가 높다고 인위적인 방제나 외래 천적도입은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근시안적 행위이다.
 
생태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긴밀한 체계를 가지고 상호 작용을 하는 정교한 세계이다. 토종 생태계에 안착해서 자연적인 개체조절이 가능한지 충분한 관찰과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의 삶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걸어가던 집 앞 구멍가게나 시장에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대단위 쇼핑몰로의 확장 그리고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전 세계 어디의 상품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계로의 확장.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고유한 생태계를 구축해온 작은 산들은 이제 수 만 킬로 밖의 이종 생물들이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를 경계하고 배척하는 것만 아니라 고유한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잘 안착 할 수 있도록 관찰하고 관심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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