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과 함께 짓는 마을학교 13]

뭐든지 학교를 기획하며 어른들의 속마음은 이랬다.
 
첫째는 스스로를 디자인하기이다. 자율과 자치문화를 기대하였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과 여건에 맞추어서 스스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실행에 옮겨보는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강제된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가 시간을 찾아가는 여행인 것이다. 아이들도 살다보면 자기를 들여다보고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를 잊고 산다. 학교와 가정, 학원과 사교육, 친구들과의 약속과 사회적 역할 등 시간은 일상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있다. 일상에는 선생님, 학부모와 같은 어른의 요구가 깊숙이 개입된다. 이 틀에서 잠시 빠져나와서 자기만의 시간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둘째는 함께 하기이다. 과정 속에서 협동과 관계 맺기를 기대하였다. 우선 같은 생각을 나누는 고학년들이 서너명 모둠을 만들어 제안을 하고, 동네나 학교 동생들과 함께 활동을 하는 것이다. 함께 프로그램을 정리하고 실행하는 과정속의 관계 변화를 눈여겨보기로 했다. 차차 확대되면, 동네의 아이들의 관계가 씨줄과 날줄로 엮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순한 의도가 인디언에게 있었다. 동네 언니와 오빠로 동네 동생들로... 그냥 아는 형과 아는 언니가 아니라 같은 시간을 공유한 관계로 밀접해지기를 기대한다.
 
셋째는 서로 깨닫기이다. 목표를 설정하여 수행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애초에 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쳤더라도 아이들에겐 계획대로 해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차적으로 계획의 중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꼼꼼하게 계획하였더라도 진행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도 하여야 할 것이다.(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인디언은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 마치고나면 성과가 나타나는데,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 더 많겠지만 어느 한편에서는 적잖이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어떻게 찾아내고 활동경험을 통해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아직은 많이 서툴어도 실패하면서 배우는 나이 아닌가?
 
동네방네 누비며 뭐든지 하다
 
이렇게 시작된 “뭐든지 학교”는 방학동안 각 모둠 별로 마을을 포함해서 여러 곳에서 진행되었다. 총 7개반으로 구성된 모둠은 열명 안팎의 반을 모으고 신나는 방학동안 시간을 쪼개서 “뭐든지 학교”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방학동안 활동을 한 한생들이 개학 이틀전에 모여서 합동발표회를 진행하였다. 동사모, 야구4총사. 여가활동모임, 책읽는 여름, 요요동아리, 문화야 놀자, 양동이 등 7개반이 참가하였다.적게는 이틀동안 2회 활동을 하기도 하고 5일 5회 활동을 한 모둠도 여럿이 있었으며, 전체 활동 비용은 1,400,400원으로 결산되었다.
 
<동사모(동물을 사랑하는 모임)>은 권다혜, 한예원, 신채원 등이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도그원 애견카페와 강남고양이라는 곳을 이틀동안 방문하여 강아지와 고양이를 만나고 왔다. 활동보고서의 마지막 소감에서 “동물에 대한 애정이 더 생겼으며 다음에도 더 좋은 기획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하였다.
 
한재성, 홍준우, 홍준영 등이  기획한 <야구응원하기>반은 준비모임을 통하여 응원팀과 날짜를 정하고, 야구장에서 사용할 응원문구와 피켓을 만들었다. 이동은 마을버스를 타고 구파발역에서 내려서 3호선 교대역에서 2호선을 갈아타고 잠실운동장으로 가기이다. 4대 9로 응원한 야구팀이 졌지만 함께 응원하면서 값진 추억을 얻었다고 한다.
 
홍정우, 이승재, 주민찬이 기획한 <요요동아리(동생들과 놀아 요요!)>반은 요요클럽에 방문하여 여러 가지 기술을 익혔다. 그리고 동네에 잇는 똥고집, 책뜰에도서관 등에서 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며 함께 놀았다. 그리고 전수자 공연과 페스티벌을 진행하였다.
 
송건우, 정완, 박준형, 박현교가 기획한 <책 읽는 여름>반은 오디오 북 만들기에 도전하였다. 은평뉴타운 도서관 녹음실과 은평구청 인터넷 방송실에서 녹음체험을 하였으며, ‘앤서니 브라운 전’에 참여하였다. 구산동도서관마을과 10단지 책뜰에도서관 등에서 동생들과 책읽기 독서 골든벨과 공동부엌에서 책 기부행사를 함께 진행하였다.
이윤서, 남혜원, 황지연, 김예린이 기획하여 동생들과 함께 활동한 <문화야 놀자!>반은 주변의 문화시설탐방과 책 만들기를 진행하였다. 우리 동네 도서관 가기,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가기, 명동문화거리 탐방하기 등을 진행하였다. “마침 가는 날이 도서관 휴관 날이라서 이곳저곳 찾아다니느라 힘들었다고 면서 준비가 철저하지 못하였다”고 아쉬워한다.
 
마지막으로 졸업생 심주형, 배진규, 허인 등 중학생들이 기획하여 동생들과 함께 진행한 <양동이>반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활동하였다. 자기들이 당장 가장 하고 싶은 것들을 정하여 만화방가기, 협동화 그리기, 축구장응원가기, 동화책 만들기 등을 진행하였다. “ 날씨로 인해 축구장은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활동내용을 우리가 정하고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꿈의 날개가 돋다!
 
아이들의 꿈에는 아직 날개가 없다. 어떤 꿈이 펼쳐질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어디에서인가 스멀스멀 돋아나고 있을 것이다. 꿈이라고까지는 말하지 않아도, 지금 이 시절에 친구들과 동생들 데리고 함께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뭐든지 학교>를 마치고 몇가지 평가를 내놓았다.
 
아직 학생들이라서 경험이 많지 않아서 새로운 발상을 펼치지 못한 점이 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처음부터 선입견을 주지 않으려고 예시조차도 주지 않았고, 상상력을 펼쳐보라고 했다. 이 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좋아하고 수행가능한 범위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걱정이 되는 부모님들은 기획단계에서 조언과 도움을 주면서 하였으나, 이 한계에 대한 사전 연구가 덜 된 채로 진행되었다. 기획방향, 장소섭외 영수증 처리 등을 학생 스스로 하여야 하는데 부모가 해주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정말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른들보다 더 바쁜 학생들의 방학스케쥴로 인해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다. 모둠인 반 구성원까지도 서로 시간을 내지못해 전전긍긍 하였고, 아이들의 스케쥴을 어른들이 관리하는지라 어려움이 컸다.
 
아이들이 뭐든지 할 수 있는 날을 위해 <뭐든지학교>는 계속 응원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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