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1시간씩 은평구 지하철역 입구에서 ‘잊지 말자! 4.16’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그가 궁금했다. 4.16연대 회원이나 활동가도 아닌 그냥 평범한 은평구 주민이라 말한다. 그는 은평구에 있는 사립학원의 국어 강사이다. 주 3일만 일하고 나머지 4일은 인생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단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노총각입니다. 자유영혼인데 공동체에서 사람들과 부대끼고 살겠다는 것이 모순이지만 독립해서 15년을 살아보니 혼자서만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학생운동 끄트머리 세대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하고 그 경험들이 제 가치관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학원 강사라는 직업이 주는 한계도 있더라고요. 자유를 쫓아 2013년에 중국으로 가 2년 동안 재외 한국인 학생들의 특례입시를 준비하는 학원에 있었습니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자본주의의 기준으로 남들과의 비교당하는 억울함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죠.  
 
중국에 있을 당시 언론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는 크게 피부로 와 닿지 않았었습니다. 15년에 귀국해서 박주민의원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서 4.16 참사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고 부채감이 확 밀려왔습니다. 
 
‘잊지 말자! 세월호’ 뼈저리게 동감합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시민들의 감정적 피로를 고려해 다른 방식의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가족들에게 따가운 눈총과 비난 서린 오해가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더욱 답답함을 느낍니다. 일부는 세월호 이야기 이제 그만 하라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해결된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부에서는 대충대충, 책임지지 않는 요지부동의 태도들로 일관하고 있지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보면 다짜고짜 따지는 어르신들도 간혹 계십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해드리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더 알아보겠다고 하십니다. 대부분의 지역 주민들은 응원해 주시고요. 노란 리본을 만들어서 주고 가신 분을 보며 감동받기도 했어요.
  
 우리 사회가 정말 공감 능력이 떨어져 있고, 정부의 무능에 절망했다가도 2년 넘게 끊임없이 시민과 학생들이 들고 나며 자신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애 써주시는 모습을 보면 ‘이게 희망이구나!’ 싶습니다. 
 
사교육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고 계시는데 요즘 청소년들에게 해 주시고 싶은 말씀은?
 
 교육문제가 교육으로만 해결되지 않지요. 무한 경쟁의 사회문화 속에서 자녀에 대한 애정과 욕망이 결합해 있는 사교육 현장에 있다 보면 더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불안감에 학원에 와서 정말 앉아만 있다가 가는 학생들을 직접 목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까요. 
 
15년 동안 고등학생들을 만나고 있는데 시대가 흐를수록 학생들이 더 바빠지고 더 여유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청소년기에 가질 수 있는 에너지, 반짝이는 기운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하면서도 항상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어도 너희들은 정말 소중한 시간을 살고 있다. 너희들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10대의 너희들이 정말 부럽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주고서라도 돌아가고 싶은 시절을 살고 있다. 뭣이 중헌디 잊지 말고 꿈과 열정을 가져라!” 
 
은시문에게 바라는 것은?
 
지역 언론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언론협동조합으로서 조합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일들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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