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맘두부> 박치득 대표의 살아가는 이야기

4년 전만 해도 박치득 대표는 대기업의 전략기획팀장이었다. 회사 내 인사책임자이자 신규사업 총괄자였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대로 임원이 될 순번이었다. 하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몇 차례 회사에 사표를 냈지만 번번이 반려되었다. 계속 이렇게 살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나왔다.

노력으로 이루어낸 대기업을 나오다

박치득 대표는 어찌 보면 노력과 의지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못 했다. 공부를 하고 싶었다. 기술을 배워 공부하겠다는 일념으로 서울로 왔다. 가내수공업장에서 하루 14시간씩 일하면서 공부를 했다. 혼자 검정고시 준비를 했지만 쉬는 날이 한 달에 한번이라 시험장에 가기도 어려웠다. 기숙사에서도 공부하고 버스나 다방에서 책을 팔면서도 공부했고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공부해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26살에 대학에 들어갔어요. 돈을 많이 벌고 싶어 경영학을 택했습니다. 입학하자마자 회계사 시험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다 세상에 눈을 뜨게 된 사건이 생겼습니다. 어느 날 경찰 병력이 교내에 들어와 집회하는 여학생을 때리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의문이 들더군요. 저들은 왜 데모를 하고, 경찰은 왜 폭력을 휘두를까? 그 뒤 사회과학 책을 찾아서 읽고 학생회 활동을 하며 차츰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세상에 관심이 생겼고 지역 활동에도 눈을 돌리게 되었지요.”

대학 졸업 뒤 입사한 기업에서 20년 동안 열심히 일했다. 업무수행 능력도 뛰어났다. 새로운 대기업을 설계하고 창업해 전략기획팀장으로 근무했고 임원 승진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박치득 대표는 그만하고 싶었다. 노력하고 애써 여기까지 왔지만 앞으로의 삶은 이제와는 다르게 살고 싶었다.

“직장생활을 계속 하며 사는 건 자기 삶의 안테나를 기업주한테 맞추어야 합니다. 그 사람의 평가에 따라 업무나 노동이 결정됩니다. 내가 아무리 성과를 많이 내도 몇몇 사람이 이익을 독식하는 것을 회사생활 20년 동안 겪었습니다. 그러니 재미가 없었어요. 돈을 많이 벌어 뭐하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임원이 되어 회사에 이익을 주는 일은 기업주에게 이윤을 더해 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회사를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박치득 대표는 많은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10년 넘게 은평에서 지역 활동을 했어요. 그런 경험도 있어, 회사에서 익힌 능력을 사람을 돕는 일에 쓰고 싶었습니다. 이익이 몇몇 사람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 내 노동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두부를 통한 안전한 생산과 평등한 공급

박치득 대표는 지금 두부를 만들고 있다. 마을기업 <아빠맘 두부>를 열어 두부를 생산·공급한 지 4년째다.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대로 아빠맘 두부는 좋고 안전한 두부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팔고 있다.

두부 제조 기술이 없던 초기에는 두부 맛을 내기 위해 6개월 동안 두부를 만들어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며 맛을 물었다. 사람들의 평가를 들으며 계속되는 실험을 거쳐 지금의 두부가 탄생했다. 어쩌면 아빠맘 두부는 동네 사람들이 같이 만든 맛이기도 했다.

두부의 재료인 좋은 콩을 얻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발품도 팔았다.

“좋은 콩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동, 나주까지 갔지만 ‘지역의 재료를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로컬푸드의 원칙을 지키고 싶어 은평에서 가까운 파주의 국산 장단콩을 선택했습니다.”

두부는 콩맛으로 결정되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두부는 대량생산, 대량판매를 위해 화학첨가물을 섞어 두부 본래의 고소한 맛을 잃은 지 오래다. 아빠맘 두부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최상의 콩을 쓰는 것은 물론 첨가물을 넣지 않기 때문이다.

“두부를 응고시킬 때 꼭 필요한 간수는 오염되지 않은 먼 바다의 해양심층수를 사용합니다. 가격이 일반 간수보다 4배나 비싸지만 아빠맘 두부의 가격은 비싸지 않습니다. 좋은 두부를 사 먹을 여건이 안 되는 이들에게도 질 좋은 두부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두부 가격도 올리지 않아 4년 전 문을 열 때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안전한 생산, 평등한 공급과 더불어 아빠맘 두부는 당일 만든 두부만 판매하고, 한 개를 주문해도 집까지 배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서민음식 두부가 로컬푸드로서 지역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구조를 만들려는 아빠맘 두부의 노력은 매일 계속되고 있다.

예비 사회적 기업인 <아빠맘 두부>에서는 수익이 나는 대로 지역 사회에 돌리려고 한다. 개인이 전체 배당금의 10% 이상의 지분을 가져갈 수 없는 수익 배분 구조도 마련해 두었다.

“기업이 돈을 벌면 내부 배당을 하거나 설비 투자에 씁니다. 대규모 설비 자동화가 되면 인원을 감축하고 고용은 줄어듭니다. 기업이 돈을 벌수록 우리 살림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빠맘 두부는 수익이 나는 대로 직원을 늘려 고용창출의 이익을 지역으로 돌릴 계획입니다.”

 

삶의 방식을 바꾸는 마을기업

박치득 대표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간다. 오전에는 두부를 만들고 오후에는 사회적 경제 활동을 한다. 지역 협동조합의 경영을 살피고, 마을기업과 사회적 기업에 인사, 회계 분야의 컨설팅도 한다. 아빠맘 두부의 사례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상담과 강의도 진행하고 은평의 사회적 경제조직도 이끌고 있다. 박치득 대표가 오랫동안 했던 기업 업무 경험은 마을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고 사회적 경제를 꽃피우는 그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기업에서 동네 두부가게로, 높은 연봉을 받다 최저 시급에 충실한 월급으로 일하는 박치득 대표. 삶의 외연이 달라진 만큼 살아가는 방식도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덜 소비적이 된 겁니다. 전에는 풍족했죠. 많이 버니 소비도 많았습니다. 요즘은 돈 쓸 일이 많지 않아요. 직장과 집이 가까워 음식은 거의 집에서 먹으니 외식비도 줄었고, 차도 업무용 소형차로 충분하고, 대형마트에 가지 않으니 한꺼번에 많이 구매할 일도 없고요. 사회적 기업은 저비용 구조이니 적게 벌어도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이 몸에 익었습니다.

무엇보다 박치득 대표의 가장 큰 즐거움은 기쁨을 느끼며 일하는 것이다.

“좋은 두부를 만들어주어 고맙다고 하거나 이런 두부가 있어 좋다는 말을 들으면 행복해요. 컨설팅이나 강의를 하며 기업 경험을 나누는 것도 재미있고요. 이렇게 일하는 게 좋습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누리는 기쁨

내 쓸모는 내가 만든다. 누구에게 어떤 쓸모로 살아갈 것인가? 고민스런 물음이다. 내 존재와 쓸모를 몇몇 사람의 이익에 부합하며 살 건지, 많은 사람이 함께 누리는 일로 내 가치를 증명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박치득 대표는 같이 누리는 즐거움을 선택했다. 그 가치에 자신을 바치며 기쁨을 얻는 삶. 그가 만든 두부가 유난히 맛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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