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과 함께 짓는 마을학교 12]

우리 마을에서 나름대로 형편껏 아이들에게 자발성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크고 작은 참여활동을 많이 진행하였다. 마을 어른들이 서로 시간과 노력을 쪼개고 나누어 좀 더 나은 교육 환경과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보고자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또한 어른들의 경험과 가치관을 기반하여 기획된 학습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적절히 영양분을 함류한 식재료를 고르고 어른들의 입맛에 맞게 조리된 음식을 차린 밥상을 제공하고 골라서 먹이는 모양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안전한 밥상이라는 검열아래 아이들이 스스로 요리하는 상차림을 봉쇄한 것은 아닐까? ‘아직은 어리다!’라는 어른들만의 예단아래서...

그래서 생각을 뒤집어서 ‘거꾸로(flip)'를 시도 해 보기로 하였다. 요즈음 경기도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아이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해보는 ’꿈의 학교‘나, 학교현장에서 주체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시도하고 있는 ’거꾸로 수업‘ 등을 살펴보았다. 

그 내용으로 기획서를 만들고 마을학교 실행단과 마을피디(PD)단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가지않은 길이라 기대반 우려반으로 시범적 운영을 결정하고, 예산을 여기저기서 떼내어 드디어 ’뭐든지학교‘의 돛을 올렸다.

생각을 ‘뒤집어보는 학교’라니

“뭐든지, 아무거나, 하고 싶은 거 모두... 할 수 있다고요?”
“헐~ 대박! 그게 가능할까요?”, “예산이 많이 들텐데, 아이들이 낭비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교육적 효과가 있는 제안위주로 선정해야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아이들의 ‘스스로’를 믿어봅시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까요?”

아이들에게는 뭐든지 해 볼 권리와 아무것도 안 할 권리가 동시에 부여된다. 뭐든지 한다는 것은 흥미와 호기심이 동기유발이지만, 아무것도 안 할 권리는 휴식과 생각을 생산하는 원동력이 된다. 어떻게 시간을 채워도 건강하고 지혜롭게 몸과 마음을 살찌워나가면 될 시절이다. 지금까지 우리 마을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꽤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참여시켰지만 모두 어른들이 만들어서 아이들이 선택하는 경우였다. 아이들에게는 뭐든지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하였다.

어른들의 생각을 정리해보면, ‘<마을학교>를 진행하면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여, 프로그램을 체험시켜주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모든 것이 어른들의 경험과 눈높이에서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른들이 어린이가 되어’보고자 한다. 물론 어른이 어린이가 아니고 될 수도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 방법은 어린이 스스로 기획하여 제안하고, 그 내용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우미가 되는 일이다.

어디든지 학교가 있고, 무엇이듯 내면화 되면 배움이다. 마을학교가 배움터를 학교로 한정하지 않고 마을로 확장하듯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온통 마을이 지역이 학교인 것이다. 그리고 꿈을 키워나가는 아이들은 무엇이든 추억이 되고 배움이 된다. 친구들과 동네 동생들과 놀며 배우는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다. 잉여로 덧붙여서 스스로 생산하고 마음 깊이 축적되는 정도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이 시절에 함께 무엇인가를 하였다는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보기로 했다.

 

‘뭐든지학교’가 시작되다

‘뭐든지 학교’는요?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너라면 믿을 수 있어!"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들도 스스로 배우면서 '학습할 권리'와 재미있게 '놀 권리'가 있어요.

그래서 어른들은….어린이들이 마음대로 상상하고 재미있게 체험 할 권리를 주려고 해요.

잘 안되어도 괜찮아요! 스스로 하기를 배우고 잘못되어도 다시 기회가 있으니까요!

어른들이 믿어주는 만큼 어린이들도 서로에게 신뢰와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해야겠지요?

왜 할까요?  

마을이 학교이고, 마을이 교과서가 될 수 있답니다. 마을 안에서 꿈과 희망을 키워보아요! 

학생들의 자율성을 키워보아요!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하고, 결과를 함께 나눠요!

선생님, 부모님이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끼리 자치적으로 하는 거예요. 

어떻게 참가하나요?

1차 제안자는 3명입니다. 은빛초 5~6학년이나 졸업생이면 누구나! 제안서 공모가 통과되면, 1~4학년 동생들을 모집하여 함께 활동합니다. 최종적으로 한 모둠은 10명 내외가 됩니다. (제안자 3명+저학년 7명 내외) 그러니까, 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좋겠지요? 

이렇게 선정해요. 

정성껏 마련하여 접수한 제안서를 심사위원들이 꼼꼼히 살펴보고, 되도록 창의적인 내용과 책임감 있게 제안 한 팀을 뽑습니다. 선정된 모둠은 7월 15일에 다시 모여서 제안서를 PPT로 발표하면, 최종선정이 되겠지요!

선정기준은, 책임감 있게 제안을 해야겠지요? 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 좋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독창적인 활동이 멋질 것 같아요!

이러한 내용으로 설명회와 제안서 접수 및 제안발표를 마친 후 최종 7개 팀이 선정되었다. 참가자가 중복되는 것만 제외하고, 될 수 있으면 참가 신청자 모두를 선정하기로 하였고, 횟수 및 비용 일부만 조정하고 대부분 어린이들이 제안한 원안대로 하기로 하였다. 휴직 중이신 전 학교대표 김현진선생님께서 총괄지도를 해주시기로 하고, 새로운 어린이들의 신나는 ‘뭐든지학교’가 여름방학동안에 서울 여러 곳에서, 마을 곳곳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덴마크의 ‘애프터 스콜레’나, 경기도의 ‘꿈의 학교’가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 마을학교는 이렇게 소박하게 시작해 보기로 한다. 시범사업의 성격이 있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좋은 의미를 거두어서 지속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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