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말감은 지난 150여년간 전 세계의 치과의사가 치아의 결손 부위를 수복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유용한 재료입니다. 치과용 아말감은 다른 보험 재료에 비해 단단하고, 간편하며, 싸기도 해서 어금니 수복 재료로 선호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수은이 함유되어 있다는 이유로 배척되기도 합니다.

아말감은 은-주석-동 합금이 수은과 반응해서 생긴 화합물입니다. 화합물과 혼합물의 차이! 과학시간에 배운 것이 떠오르시나요? 아말감은 화합물이기 때문에 완전히 반응한 후에는 수은 성분이 남아 있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아말감을 준비하고, 입 안에서 충전하는 과정, 아말감 충전 후 이틀정도, 그리고 수복된 아말감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수은은 증기 형태로 가장 많이 방출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틀어 생각하더라도 아말감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많은 연구들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미국치과의사협회와 대한치과보존학회는 ‘치과용 아말감의 수복재료로서의 안정성을 확인한다’ 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유해하지 않지만 늘 의심을 받는 MSG와 마찬가지로, 아말감을 준비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치과종사자로서 마음 한구석이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아말감 사용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환자에게 유해해서가 아니라, 아말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2013년 체결된 ‘수은에 관한 미나미타 협약’에 따라 우리나라의 환경부도 수은이 들어가는 모든 제품을 2020년 이후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다만 치과용 아말감에 한해 ‘사용저감 제품’으로 지정하고, 건강보험정책상 아말감 수가를 원가 이하로 채택하는 방식으로 치과계 스스로 아말감을 줄이도록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또한 취약 계층 치료에서는 아말감보다 덜 단단한 보험 재료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안으로, 2020년 이후 레진 (현재는 비보험 재료) 을 보험화 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수은에 대한 유해성 논란을 떠나 치과의사들은 아말감을 한 치아에서 다시 충치가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 아말감을 싫어하기도 합니다. 특정한 몇몇의 경우에는 아말감이 치료목적으로도 훌륭한 재료이지만, 많은 경우 경제적인 이유로 선택하는 차선책입니다. 아말감은 구강건강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 것이죠.

지난 7월 2일, 살림의료협동조합의 ‘살림치과 5차 열린 개원회의’에서는 조합원들이 함께 치과 경영과 관련된 많은 결정을 했습니다. 조합원들은 경영자이자 이용자로서 “싼 치과” 보다는 “적정진료, 적정가격”이 중요하다며, 결코 싸지 않은 비보험 수가를 살림치과의 수가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아말감 사안에 있어서는, 아말감을 할수록 경영적으로 손해라 하더라도, 취약계층을 위한 마지막 보루로 남겨두고 싶다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8월 개원을 앞두고 아말감 장비와 기구를 고르고 주문하면서 비싸다고 툴툴대고는 있지만, 함께 결정을 내린 조합원들의 사려 깊은 마음이 자랑스러워 어깨를 으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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