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공에서 아이들과 함께 마지막 여행으로 강원도 속초와 영월 도보 여행을 2박 3일간 다녀왔습니다. 개성이 강한 작공 아이들은 은평구가 아닌 강원도 한 가운데에서도 어김없이 주목받는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며, 무덥기만 했던 강원도의 여름을 이번에 제대로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아이들과 사건사고가 많았던 이전의 여행과 다른 모습에 작공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걱정 없이 즐기며 보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진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며 사뭇 진지해진 모습과 서로를 배려할 줄 알고 덥지만 다독여가며 함께 많은 길을 걸으면서 진행된 이번 도보여행은 늘 가까이에서 지내며 아이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했던 저도 아이들의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선생님, 드디어 초등학교 때 잠시 떨어져 살았던 엄마와 통화도 하고 직접 만났어요.” 
“선생님, 아빠가 갑자기 저한테 잘해주시는데 이렇게 힘이 없는 아빠 모습은 처음이에요, 이젠 아빠한테 힘이 되고 싶어요.” 
“경호원이 꿈인데 공부도 잘해야겠죠? 이번 방학 때는 공부도 조금씩 다시 해볼래요.”
“사고치는 건 이제 그만하려고요, 저도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데...”
“작공 문 안 닫게 담배는 앞으로 끊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해볼게요.”

최근에 우리 아이들이 작공 선생님들께 직접 들려준 자신들의 이야기입니다. 작공 아이들도 작공 선생님들과의 이별을 미리 준비라도 하는 것처럼 한 걸음씩 홀로서기를 하는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아이들과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작공 동료 선생님들과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지금 순간이 꿈만 같습니다. 훗날 어른이 된 작공 아이들은 작공에서 보낸 자신들의 청소년기와 사춘기를 어떻게 기억할까요? 믿어주고 힘이 되어주던 든든한 어른 친구가 있었던 곳으로 짧지만 뜨거웠고 재미있었던 우정과 사랑한 경험한 따뜻한 장소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머지않아 작공에서의 졸업을 앞두고 있는 16세 아이들에게 끝으로 전하고 싶은 저의 마음을 담은, 혹은 닮은 詩입니다. 이렇게 우리말로 누군가 만들어 놓은 덕분에 중3 아이들과 이별을 앞둔 저의 복잡하고 어려운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해질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사고뭉치들의 시끌벅적한 소음과 짧지만 마음을 나누며 정들었던 아이들이 추억으로 남아 아쉬움의 미련도 저에겐 진하게 여운으로 남습니다.

「蓮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마지막까지 지금처럼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아이들이 작공에서 저마다 가진 소중한 꿈과 희망의 연꽃 한 송이씩을 꽃 피우길 꼭 피울 것이라 믿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어디서든 항상 우리 작공 선생님들이 응원하겠습니다. 그동안 모든 것이 서툴기만 했던 선생님을 믿고 따라준 아이들에게 너무 고마웠고, 진정 사랑했으며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자주] ‘아이들에게 말을 걸다’는 2010년 5월부터 6년 동안 실린 연재입니다. 이번 호를 끝으로 ‘아이들에게 말을 걸다’의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작은공간’ 선생님과 청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학교 밖 청소들의 문제, 마을이 해야 할 일 등을 함께 고민했다. 오랫동안 좋은 글을 써주신 ‘작은공간’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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