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과 함께 짓는 마을학교 11]

 
‘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가족캠프’
 
교실을 벗어나서 몸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일깨우기에는 자연을 만나는 일 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특히 어린 시절에 몸으로 저장되어 기억되는 자연의 지혜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오랫동안 사유체계를 지배한다. ‘타자’가 아닌 ‘나’의 연장일 때 행동으로 표현될 때 좀 더 적극적 의지와 실천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자연을 섭취하여 양분이 되고, 추억을 시간의 갈피에 축적하여 한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소비하면서 때로 재생산하며 살아가게 된다고 믿는다. 우리 은빛초는 다른 학교에 비해서 자연과 만나는 체험학습이 많은 학교이며, 다행히 품 너른 북한산 자락에 자리해 있어서 비교적 많은 자연을 만나고 지내고 있지만 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초등시절의 기억은 추억할 만 한 사건일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를 떠나서 아버지만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는 쉽지 않다. 어릴 적에 아버지와 호젓하게 자연을 만나러 길을 떠나는 추억을 만들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시작한 우리 마을학교만의 자연으로 대이동이 감행된 것이다.  자발적이거나 또는 타의적인 등 떠밀림에 의해 나선 길이지만 아버지와 맨몸으로 부대끼고 자연과 맨몸으로 만나는 체험이야말로 오랜 의식의 지층에서 차곡차곡 간직될 것이다. 
 
몸으로 생각하기
아버지라는 이름의 복권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가족 캠프’이다.  아버지회의 주최로 서른 명 남짓한 아버지 모임의 구성원으로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과 박수를 받으며 무모하다시피 감행한 행사이다. 한해에 평균 이,삼백 명 정도가 참여하는 큰 행사였다. 곧 예정인 이번 캠프는 4백 명이 넘게 신청하여서 수용인원이 훨씬 넘어버렸고, 4년 동안 줄곧 참가했던 인디언가족 외 몇 가족은 아쉽지만 양보하여 안가기로 했다. 아이들의 낯빛은 밝지 않지만, 양보의 마음을 대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전 4회 동안은 여름 방학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인 8월 중순에 진행되었는데, 차가 너무 막히는 때라서 올해는 7월말에 2회 예정이다. 캠프 장소는 경기도청소년수련원이었고, 아버지들과 선생님들의 몇 차례 준비 모임과 현지답사로 준비되었다. 아이들의 흥미와 추억거리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였고 아버지들의 행사 담당을 정하여 진행되었다. 일반적 프로그램은 모험장 활동, 강당 놀이, 캠프파이어 및 물놀이 활동으로 일반적인 프로그램을 작성했지만, 무엇보다도 아버지와의 친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구성하였다. 
 
미리 집에서 준비해 온 폐지에 문패를 텐트 앞에다 달고, 이름표를 자랑스럽게 가슴에 달고 나면 1박 2일이 시작이다. 아버지와 실컷 몸 부비며 뛰어놀기가 단연 압권이다. 인디언도 그러하였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게임 등의 활동이라서 땀을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편지쓰기, 아버지와 아이가 함께 하는 요리 활동, 함께 산책하는 자유시간 등을 마련하여 온전히 아버지와 자녀만이 짝이 되는 시간으로 활용하였다. 
 
마을학교의 성과를 이야기하기보다는 꿈꾸기를 하여야 할 때인 것이다. 어떻게 우리다운 꿈을 꾸며 아이들과 함께 바라기를 할 것인가가 혁신학교, 마을학교의 현재이다. 이러함 속에서 기획되고 실행하고 있는 일련의 행사 중에 ‘아버지캠프’가 있다.
 
 “엄마!‘가 ”아빠!’로 바뀌다.
 
아버지 캠프를 기획하고 다녀오면서 소회가 남다르다는 것은 인디언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입에서 무심결에 쏟아내는 “엄마, 엄마아~”가 “아빠아~”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무심코 아이들이 습관처럼 엄마를 찾는다. 요리를 하다가 곁에 있는 아빠를 “엄마아~”하고 부른다. 뒤돌아보며 얼굴이 마주치자 겸연쩍게 “참, 아빠지!”한다. 조금 지난 후에 다시 수제비를 뜨면서 “엄..마...아빠아~”로 변하더니 서서히 아빠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한다. 드디어 아이들이 일상속의 어머니를 내려놓고 “아빠~!”하고 부르며 찾아대기 시작했다. 
 
뒷풀이에서 어느 아버지의 감격스런 일성이 터져 나온다. “지금까지 들었던 ‘아빠’ 소리를 합쳐도 1박 2일 동안 더 많이 들었다.”, “아내에게 등 떠 밀려서 왔는데, 진짜 한꺼번에 아빠되기 힘들었다.”, “아빠여서 행복했다.”, “좋은 아빠되기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 몰랐다. 아빠자리를 다시 찾아야겠다.” 어느새 1박 2일 동안만은 완전한 아빠가 되어 있었다. 서툰 아빠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자리를 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라고 한다. 우리 은빛학교가 이를테면 원조인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시간은 짧았다. 아이와 노는 방법을 잘 몰라서 어색한 아버지들이 있었고, 캠프의 취지를 잘 몰라서 일반 캠핑으로 생각하고 준비해 온 아버지들도 있었고, 혁신학교를 지지하지 않은 아빠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쪼록 짧은 시간이지만 자기 아이들의 특성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면 성공인 것이다.
 
별을 따다
개인적으로는 3회 때 아이와 함께 별자리를 찾는 시간이 좋았다. 아니가 그리스 신화를 아빠에게 들려주기도 하고, 아는 만큼의 별자리 이름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자기의 별자리를 만들어 코스모스 별자리가 명명하였다. 재잘대는 아이를 바라보며 ‘무슨 별자리 이름이면 어떠랴! 검은 어둠속에서 초롱거리는 너의 눈망울이 나에게는 이미 별인 것을...’ 여름하늘에 펼쳐진 별 가득한 산 속에서 훗날 아름답게 반짝여 줄 은빛의 별들을 이미 가슴에 담았거늘... 많은 아버지들이 모두 함께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혁신교육이, 아니 우리 교육현실이 순탄하지는 않지만 아버지들이 곁에서 너희들의 꿈과 별자리를 꿋꿋하게 지켜주겠노라고... 아이는 모두가 영롱한 제각기 별이다. 차마 뜨지 못한 별은 어기여차 올려주고, 비록 빛이 옅은 별들은 한 다발로 어울려서 함께 빛나면 될 일인 것이다. 교육에는 서툰 아버지들이지만 별 바라기를 배울 것이다.  아이의 마음에 제각기 색다른 별 하나씩 훈장처럼 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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