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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공일기 32] 아이들에게 어른은...
  • 이재민 작공 교사
  • 승인 2016.07.0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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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녹으면 (            )다.

빈칸에 들어갈 말이 무엇일까요? 모두들 정답을 금방 아시겠죠?

그렇습니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입니다. 오래전 TV의 예능프로그램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스피드 퀴즈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 중 한 아이는 정답을 확신한 표정으로 그 빈칸에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라고 썼습니다. 물론 이 아이의 답은 정답이 아니었었습니다. 이 문항에서 누구나 당연히 생각해야할 “물이 된다”라는 답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과연 이 아이의 답은 오답이 될 만큼 틀린 것이었을까요? 이번 문제에서 틀린 아이는 다음부터 똑같은 문제에 답을 무엇이라 쓸까요? 이 아이가 퀴즈 프로그램에서 배웠듯 지금은 어른이 된 우리도 어렸을 때면 그렇게 어른들에게 배워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성장하여 어쩌면 “얼음이 녹으면 당연히 물이라고” 우리 역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정답이란 무엇일까?

제가 작공 아이들을 만난 시기도 얼음이 녹고 겨울바람이 봄을 시샘할 2월 즈음이었습니다. 또한 저는 학교밖 아이들과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 수업으로 만났기 때문에 이것이 “정답”이라고 알려주는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작공 아이들이 지역 주민들과 겪는 문제로 다시 한 번 제가 가르치고 있는 정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이 저지르는 흡연이나 일탈행동들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으로 옳은 행동은 아닙니다. 이를 아이들 편에서 무조건적으로 두둔하고자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을 지역 공동체 밖으로 저 멀리 내보내려 하는 우리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이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의 어른들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지역 공동체 어른들의 마음도 얼어붙은 얼음처럼 차갑기만 하고, 정답이 아닌 아이들에겐 적어도 우리가 어른들에게 배워왔던 정답의 강요가 아닌 이 세상 새로운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 수 있을까 고민입니다.

정답이라는 잣대보다 세상의 따뜻한 사랑을 

제가 바라본 작공 아이들은 사랑받는 법도 그리고 사랑하는 법도 서툽니다. 칭찬에 익숙하지 않고, 받는 사랑에 이것이 사랑인지도 모르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세상의 어른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정답에서 이 아이들은 오답이었고 그래서 꾸짖고 공동체 밖으로 내몰았습니다. 공부를 잘해서, 예의가 있어서, 싸우지 않아서 등등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여느 아이들과는 다른, 개성이 강한 작공 아이들은 항상 세상의 어른들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니 어른이라고 하면 자신들을 부정하는 존재로 맞서 싸워야하는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 세상 어른의 따뜻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고, 아직은 사회의 기준에서 정답이라는 엄격한 잣대보다는 맑은 두 눈에서 세상의 따뜻한 사랑을 더 느끼게 해 주고 싶은 것이 제 바람이자 저의 작공 동료 선생님들의 마음입니다. 

아이들의 일탈행동에 지역 공동체 어른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공감합니다. 당장 나의 생활의 터전이자 보금자리인 공동체에서 이러한 작공 아이들의 일탈행동은 위협적이고 피해를 끼치고 있는 상황이라 저와 작공 동료 선생님들이 이 지역 어른들의 이해를 구하고 용서를 바라는 것도 낯 뜨겁고 염치없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이 지역에 사는 내 이웃의 자녀이자 이 지역의 중,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우리 모두의 아이들입니다. 또한 이 아이들이 더디지만 분명 성장하고 있고 지금은 그 과정 중에 겪는 성장 통이기에 이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손을 내밀어 주고 함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얼마 전 18세, 19세의 학교 밖 아이들과 3박 4일의 여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나에게 美치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내년이면 사회로 곧 나가게 될 아이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자신들이 제주도를 여행하는 데 드는 이 비용을 감당하는 돈이 어디서 나온 것이며 자신들이 어떻게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아이들을 믿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응원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그 아이들은 그 분들 덕분으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일깨워주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 역시 마냥 철부지라고 느꼈던 이 아이들도 자신이 받는 사랑에 옆을 둘러볼 줄 아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성장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현재 지역주민들과 문제가 되는 아이들은 18세, 19세 학교 밖 아이들보다 조금 더 어린 아이들로 아직은 투박하고 거칠기만 하지만 언젠가 사랑으로 지켜준 이 아이들이 현재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친 18세, 19세 아이들만큼 성장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오답의 울타리 안에 아이들을 가두기보단

사랑받는 법에 그리고 사랑하는 법에 익숙하지 않았던 이 아이들이 첫 걸음마를 하는 것처럼 서툴지만 아주 조금씩 천천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공 선생님들에게 “작공 선생님들은 형 같아서 그리고 친구 같아서 좋아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을 응원하는 이 세상의 어른들이 작공 선생님들이 전부 일 것이라 생각할까 걱정도 됩니다. 아이들과 울고 웃으면서 이 아이들이 성장하는 계기는 작공의 작은 울타리가 아닌 공동체 일 것이고, 이는 결국 세상의 울타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의 사회에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오답의 쓴 맛으로 울타리 안에 아이들을 가두기보단 격려와 기다림, 사랑으로 아이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이전과 다른 새로운 어른들이 새로운 아이들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음처럼 얼어붙은 지역 어른들의 마음과 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새로운 어른들의 이야기 사이에서 저도 어쩌면 또 하나의 정답을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저도 사실 이럴 때면 차라리 정답이라도 있으면 후련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이해의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에서 배운 정답 아닌 경험이 이 아이들이 성장시킬 것이고, 먼 훗날 부모가 된 이 아이들이 미래의 후손들에게 남겨줄 지금 어른들의 따듯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작공 선생님들도 더욱 애쓰겠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오답이라 꾸짖었던 아이들에게 세상의 어른들 중에는 응원하는 어른이 작공 선생님 뿐 아니라 이렇게 많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함께 지켜주고 성장해주는 어른이 되어주세요. 고맙습니다.

*작공은 갈현동에 있는 청소년 징검다리 거점공간입니다.

이재민 작공 교사  epnews@e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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