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말랑말랑공감놀이터의 허정희 활동가를 만났다. 말랑말랑공감놀이터는 ‘주체적인 아이로 키우자’는 10년의 비전을 가지고 아이들 스스로 놀이 기획을 하는 엄마와 아이들의 행복놀이터전이다. 놀이터는 단순히 공간의 개념만이 아닌 가치의 개념이다. ‘놀이, 문화, 복지는 같은 것’이라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처음 말랑말랑공감놀이터를 만들게 된 계기는?

13년 산새마을로 이사 올 당시 3살 딸과 돌도 안 된 아들이 함께 놀 만한 것 없는 정말 낙후된 동네였어요. 복직을 포기할 정도로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었는데... 동네에서 같이 재미지게 활동할 엄마 3명이 모여 산새마을 텃밭 앞에서 서로의 재능을 나누어 보자고 마음을 모았어요.

어떤 활동을 했나요?

13년 10월, 8m 대형현수막에 물감 찍기 놀이를 하고 무너진 담장을 꾸몄지요. 저소득, 조손가정 아동들을 마을 회관으로 불러서 ‘꼬물꼬물 공작소’ 활동을 진행하니 동네 어르신들과 젊은이들, 어린이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어요.

당시 서울복지재단에서 지원하는 복지생태계 조성사업과 연계하여 동네주민들이 복지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보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덕분에 평범한 이웃들과 문화 예술을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14년 새락골 놀이터에서 동네 축제를 시작하기 위해 누리축제에도 참가해 배우고, 15년에는 보다 풍성한 동네 축제를 열었어요. 올해는 아동안전지도제작 사업을 진행 중인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자신의 삶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출산 후 육아를 책임지면서 자연스레 사회 취약 계층인 경력단절 여성이 되었어요. 복지생태계 활동가가 되면서 원래 내가 잘 했던 것,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시 찾았어요. 급락했던 자존감도 회복할 수 있었고요. 아! 나 그림 그리는 여자였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어르신 재능 재발견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다중지능검사와 집단 상담을 진행하면서 한 어르신은 “70년 만에 내가 공간지능 뛰어나서 뭐든 보지도 않고 뚝딱뚝딱 잘 만드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네. 고마우이.”하며 어린 아이마냥 좋아하셨어요. 이어서 ‘산새마을 어린이, 청소년, 여성 재능발견 프로젝트’를 했어요. 요즘 아동, 청소년들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으면 하나같이 “연예인이요! 유명해지고 부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해요. 다중지능검사 덕분에 ‘언어, 자연친화, 인간친화, 논리수학, 공간, 신체운동, 자기성찰, 음악’ 영역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기회가 생겼어요. 마을 주민들이 자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답니다.

동네 리더로서 주민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마을을 바라봐야 하나요?

2년이 지나자 회원들이 이제 우리 모임에도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어요. 처음으로 공동체라는 것을 경험하다 보니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도 많았지요. 그래서 다른 조직과 네트워크도 하고 다른 지역의 모범 사례들도 탐방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주민들을 만나는 일은 시작과 끝이 없어요. 삶의 터전이 변화하고, 내 삶도 보다 건강한 변화로 이어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요즘 정말 행복합니다. 사실 처음 이사 올 땐 얼른 돈 벌어 이 낙후된 동네를 탈출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나와 내 가족의 삶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이웃들과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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