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례행사로 구의원들은 해외시찰을 다녀온다. 구민을 위해 해외 선진사례를 보고 배워 오겠다면, 누구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구의원들의 해외시찰이 정해진 목적처럼 해외 선진사례 견학이 아닌, 단순 관광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서 걱정이다. 지난 2014년 제6대 은평구의회는 외유성 해외시찰을 다녀와서는 타 자치구의 보고서를 표절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이는 본지를 비롯한 언론에 보도되었고, 수많은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후 269명의 은평구 주민들은 서명을 통해 서울시에 주민감사를 청구했고, 3개월간의 감사를 통해 은평구의회에 총 6건의 행정조치와 5건의 신분상 조치를 내렸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올해도 은평구의회는 어김없이 해외시찰을 갈 예정이다. 행정복지위원회와 재무건설위원회 소속 구의원들이 5월 17일부터 25일까지 7박 9일간 유럽의 여러 나라를 방문한다. 각 위원회별로 해외시찰의 목적을 “유럽 해외 선진도시를 방문 견학하여...(중략)...우수사례를 직접 체험하고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함으로써 지방의원의 견문을 넓히고, 창의적인 의정활동 역량을 강화하여, 우리 구 실정과 특성에 맞는 복지정책 방안을 모색하고,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수 일정을 살펴보면, 버킹검궁전, 대영박물관, 하이드파크, 루브르박물관, 베르사이유 궁전, 샹젤리제 거리, 파리 개선문 등 TV나 책에서 보았던 유명한 관광지가 대부분이다. 배낭여행 코스로 딱 알맞은 관광지에 가서 어떤 우수사례를 체험하고, 벤치마킹할 것인지 궁금하다.

해외시찰이 취지에 맞게 이루어지려면 그에 맞는 기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어떤 선진사례를 체험하고 배울 것인가를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해야 지금과 같은 관광지 방문이 아닌, 본래의 목적에 맞는 해외시찰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작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발표한 지방의회 청렴도 결과에서 국민들은 지방의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외유성 해외시찰’을 꼽았다.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현행 해외시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의원들의 태도는 크게 변화가 없다. 부디 해외시찰의 본래 취지에 맞도록 여행을 다녀오고, 그 배움의 결과를 잘 정리해서 알려주길 바란다. 은평에서 또다시 주민감사를 청구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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