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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컬렉션 - 잘하고 있다는 믿음
  • 최지희 / 구산동도서관마을 사서
  • 승인 2016.05.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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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오늘의 할 일 작업실

 

지은이 : 김혜진

발행자 : 자음과 모음

발행년도 : 2011

ISBN : 9788954426541

등록번호 : EG0000016601

청구기호 : 청 813.7-ㄱ988ㅇ

주제구분 : 문학

오늘의 할 일 작업실. 이 책의 제목에서 오는 느낌은 매일 어떤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라는 의무감이었다. 그리고 작업실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초우가 미술실을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전반적인 이야기는 초우가 미술을 배우기 위해 작업실을 다니는 이야기이고 읽는 내내 우리 도서관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출근 도장을 찍으며 공부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고민상담도 하는 상황들이 비슷했다.

우리 도서관에서 만나는 많은 아이들처럼 초우 역시 그림만 그리기 위해 미술실, 즉 작업실을 가는 것은 아니었다. 작업실을 찾아 그림을 그리면서 초우는 자신을 둘러싼 여러 관계를 쌓고 사람에 대해 터득하게 된다. 견지형과의 관계, 작업실에 오는 여러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가진 상처와 각자의 성향들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들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소설 속에서 풀어갔다.

학생시절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던 나는, 혼자 끙끙 앓고 있던 일들이 많았다. 불편한 점, 힘든 점 들을 혼자 감당하려 애썼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대로 고민과 힘든 일들을 툭툭 털고 일어나게 되는 나만의 방법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단순해지기였다. 복잡하게 생각하고 고민해도 고민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소설 속 초우는 누구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할 상처를 안고 있다. 작업실에서 여러 관계를 맺어가며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게 되고, 누구나 말하지 못할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밝은 성격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도 배운다. 다른 사람도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을 느끼면서 초우는 안도를 했을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초우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빠져있는 나 또한 현실의 동질감을 생각하며 안도하고 또 한 단계 성장을 했다.

그런가 하면 그림을 통해서 타인과 본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같은 것을 보고 그려도 모두 다른 그림이 나오듯 같은 것을 보고 들어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각자가 겪은 경험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온전히 나를 받아들이는 일, 그것은 어른이 되었다고 믿는 지금까지도 어려운 일이다.

보이는 대로 그려도 될까 겁먹고 주저하는 초우의 모습은 실제 삶에서 실수할까 두려워 감히 시도도 못해보거나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지 못하는 모습 같기도 했다. 내키는 대로 마음껏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초우를 보면서 실수해도 도전해보고 스스로를 믿고 일단 그려봤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하고 싶었다. 어쩌면 그것은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초우가 가진 아픔과 그것을 극복하고 관계를 맺어 나가고,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을 촘촘하게 그려낸 이 책의 이야기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하는 시기. 그것에 대해 충분히 흔들리고 고민한다면 아픔을 극복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 경하의 대사가 있다.

“여기 있으면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믿게 되어서. 그림을 그린다는게 나에게는 정말로 중요한 일 같아서. 맞는 길을 가는 거라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그래.”

필요한 건 잘 하고 있다는 믿음과 계속 이어나갈 용기다. 포기하지 않고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그런 용기 말이다. 익숙한 성장소설이라 볼 수도 있고, 큰 사건 없이 잔잔한 스토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었다.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지금도 흔들리며 조금씩 나만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에게는 어떤 이야기보다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정답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청소년들이, 또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초우와 함께 길을 잃지 않고 용기를 얻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최지희 / 구산동도서관마을 사서  epnews@e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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